▲ 삼성서울병원 홍승철 박사.
 뇌출혈로 쓰러진 할머니를 살리기 위한 손녀의 노력과 의술을 넘어 인술(仁術)을 펼친 삼성서울병원 의사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야기는 지난 8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주군 삼남면 신화리에 거주하는 홍말순(79) 할머니는 뇌출혈로 쓰러져 울산대학교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의사 진단 결과 상태가 위중해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는 말을 들었다.

홍 할머니는 10년 전 뇌출혈로 수술을 한 적이 있어 다시 재수술을 진행하기는 것이 무척 힘든 상황이었다.
다음 날 가족들은 할머니를 구급차에 태워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서울대학교병원은 밀려드는 환자로 인해 응급실뿐만 아니라 중환자실에도 침상의 여유가 없어 수술을 진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고는 다른 병원을 소개해주었다.

이에 가족들은 대학병원에서도 수술이 힘들다고 하는데,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그 병원에서 어떻게 수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결국 울산으로 내려왔다.
의식을 잃고 죽어가는 환자를 응급실에서 받아 줄 수 없다는 말에 큰 실망을 한 가족들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이에 외손녀 고주강(30)씨는 전국 5대 병원 홈페이지에 “저의 할머니를 살려주세요”라는 게시물로 호소하게 된다.

고주강 씨는 “설마 연락이 올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지방에서는 수술을 못한다 하고, 서울에서는 예약이 밀려있어서 수술 날짜를 잡을 수 없다고 해서 거의 포기하기 직전이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호소문을 올리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서울의 대형 병원에서는 몇 달 전에도 수술을 잡기 힘든 것이 사실이고, 아는 사람이 없으면 일주일 이내 수술 잡기는 거의 불가능 하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호소문을 올린 지 이틀이 지나고 기적이 일어났다.
삼성서울병원 홍승철 박사(신경외과)팀이 연락을 해온 것이다. 홍 박사는 우선 다른 병원에서 촬영한 자료를 먼저 보여 달라고 했다. 하지만, 영상으로 판단이 어려우니 환자를 삼성서울병원으로 데려오라고 했다. 홍 할머니 가족은 지체 없이 삼성서울병원으로 갔고, 그 때가 금요일 저녁이었다.

주말에는 수술이 없는 날이었지만, 홍 박사팀은 “환자를 두고 공휴일을 집에서 보낼 수 없다”며 정밀 검사를 시작했다. 결국 일요일 수술이 진행됐다.
홍 할머니는 이 같은 인술에 힘입어 기적적으로 뇌수술에 성공했고, 현재 일반 병실로 옮겨 회복중이다.

손녀 고주강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할머니를 살려줘서도 고맙지만, 지방에서 인터넷으로 긴급히 적은 호소문을 외면하지 않고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겨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인술을 펼쳐준 의사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면서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수술을 거절당할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지만, 홍 박사님과 다른 의사 분들을 만나면서 그래도 우리 사회가 희망은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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