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준(사진) 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이 3명의 환자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며 5일 오후 1시 30분 향년 70세를 일기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다.

지병을 앓고 있던 고 전 회장은 지난달 25일 자택에서 쓰러진 뒤 곧바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고인이 쓰러지기 전 뇌출혈이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만큼 병원에 도착하고도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울산대학교병원 뇌사판정위원회는 5일 오후 1시 최종적으로 뇌사판정을 내렸다.

판정 이후 본인과 가족들의 장기기증 의사에 따라 그의 신장 2개와 간을 3명의 환자에게 이식하기로 했다.

고 전 회장의 타계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행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도박의 늪에 빠져 공금을 횡령한 그의 인생파탄을 측은히 여기기도 한다. 그만큼 청·장년시절 그가 울산에 기여한 바가 크기 때문이다.

중구 북정동에서 태어난 고 전 회장은 울산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명문가의 후손이다. 할아버지 고기업 씨는 1955년 2대 읍장, 울산상의 초대~3대 회장을 지낼 정도로 울산 최고의 재력가였다. 아버지 고태진 씨는 조흥은행장과 대한축구협회장 등을 지냈다.

선조의 부와 명성을 바탕으로 고 전 회장의 인생도 그야말로 승승장구 했다. 34세인 1977년 경남청년회의소(JC) 회장과 한국JC 부회장을 맡았고, 38세에 민정당 공천으로 제11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1985년 국영기업체 ㈜한주 사장, 1997년부터 12~14대 울산상의 회장을 지내다가 2004년 그의 인생은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고리의 도박자금 독촉을 받던 그는 울산상의와 ㈜한주의 공금 7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고, 병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홀연히 잠적했다. 이후 그가 일본으로 도주한 사실이 밝혀졌고, 6년여의 해외도피 끝에 그는 2010년 4월 자진 입국해 재 구속 됐다. 지난 해 4월 징역 6년, 추징금 10억 원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지병인 심장병 재발로 구속집행이 정지돼 남구 신정동 자택과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었다.

고 전 회장의 타계 소식에 울산의 유명 인사들은 깊은 애도를 전했다. 심완구 전 울산시장은 “그가 뇌사상태라는 사실과 장기기증에 관한 보도를 접하면서 몇 일전부터 그를 생각하게 된다”면서 “저는 그의 인생에서 울산지역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면을 얘기하고 싶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면담으로 유니스트와 KTX 울산역사 설립을 결심하게 이끈 장본인이며, 2002월드컵문화시민운동협의회 결성 등 그의 업적이 정확히 울산 정사에 기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1대 국회의원에 나란히 당선된 이규정 전 의원은 “함께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만큼 누구보다 가슴 아프다”면서 “고인은 울산지역 챙기기에 열과 혼을 다했고, 인간적으로도 소탈했던 그를 기억한다”고 전했다.

고 전 회장의 빈소는 울산 영락원 301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8일 오전, 장지는 옥동공원묘원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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