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근 편집국장

울산대병원, 복지부 공모서
권역외상센터 1차 후보 선정
최종 지정되면 매년 정부 지원
2016년까지 16개 병원 지정
병원별 80억원씩 준다지만
이 금액으론 목표도달 힘들어

울산대병원으로부터 3일 오후 늦게 보도 자료가 들어왔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권역외상센터 공모에서 울산대병원이 12개 후보병원에 포함됐다는 내용이었다. 울산 유일의 대학병원인 울산대병원이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받는다면 울산으로서는 백번 환영할 일이다. 권역외상센터로 지정을 받게 되면 정부로부터 외상센터 건립비 80억 원을 비롯해 매년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러니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것만으로도 경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립병원이나 시·도립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병원은 정부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다보니 시설개보수나 추가 투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방 대학병원들의 경영난이 더욱 심각하다. 울산대병원의 경우도 현대중공업을 모체로 하는 아산재단의 재정적 지원 없이는 지금의 병원 규모를 유지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받는다고 해서 특별히 의료서비스나 질이 좋아지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가 발표한 지원규모 2천억원으로, 물가현실에 비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의료장비는 대부분 고가이다. 수술실에 설치하는 무영(無影)등 하나가 몇 억을 호가한다. 무영등은 수술실내부 어디에도 전등의 그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작된 의료장비다. 외상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해서는 수술실이나 입원병동도 일반건축물과 달리 특수 공법으로 건축하지 않으면 외상센터의 기능을 수행할 수가 없다. 그런데 정부는 오는 2016년까지 총 16개의 권역외상센터를 지정, 병원별로 80억원씩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금액으로는 당초 정부가 목표로 했던 수준에 맞출 수가 없다.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 권역외상센터 지정 공모에서 병원의 자부담 투자계획을 명시하게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즉 정부지원금 외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느냐를 보고 지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울산대병원도 이번 공모에 참여하면서 국비 80억원과 자부담 90억원을 더해 총 170억원을 외상센터 건립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자부담 액수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지원규모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권역외상센터 건립이 추진되게 된 배경이 소말리아의 해적을 소탕하기 위해 펼쳐졌던 ‘아덴만여명작전'이었다. 이때 삼호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은 해적이 쏜 총탄 여섯 발을 맞고도 남다른 기지를 발휘, 아덴만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석 선장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문제는 총탄 여섯 발을 맞은 아덴만영웅을 누가 살려낼 수 있느냐였고, 이때 정부의 부름을 받아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가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였다. 이 교수가 속한 아주대병원은 국내에서 중증외상환자를 진료하는 외상전용 시설장비와 의료진이 가장 완벽하게 갖춰진 것으로 정평이 났다.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아주대병원과 이국종 교수가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1차 권역외상센터 지정에서 아주대병원이 탈락했다. 이를 두고 보건복지부는 지금껏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이후 언론인터뷰에서 “진료실적보다 미래의 설치운영계획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1천억 원 이상을 들여 자체적으로 돌아가는 초대형 외상센터를 만들면 모를까 정부 방침대로 간다면 외상센터가 독립적인 운영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비판했다. 즉 한 두 곳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지역안배 등을 이유로 찔끔찔끔 지원하는 것으로는 외상센터의 목적수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외상센터가 대학병원처럼 매머드조직에 붙어서 운영한다면 하부조직 정도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더욱이 의사 8명에 대한 인건비만 운영비로 지원하고 간호사 등 보조인력의 인건비는 자부담으로 하라는 것도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다. 외상센터 운영 기준이 의사 8명에 간호사 15명을 4개 팀으로 구성, 24시간 진료를 하도록 하고 있다.

울산대병원은 이와 관련 “장기적으로는 외상센터 의사를 23명으로 확충, 원활한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지원계획에도 운영비를 연 최대 27억원까지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권역외상센터로 지정을 받는다고 이런 최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몇 개나 되겠는가. 무엇보다 지정받은 병원이 이를 전제로 의료 인력을 확충할 것이라 보기가 어렵다. 외상센터에 오게 될 중증환자는 대부분이 다발성골절이나 자상(刺傷)환자라 외상전문의뿐 아니라 정형외과, 신경외과, 피부과 등이 신속하게 협진(協珍)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권역외상센터 지정에 협진의료인력을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이국종 교수도 산업체에서 발생한 다발성환자는 몸에 여섯 발의 총탄을 맞은 석 선장보다 더 위험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중증외상환자의 생명은 골든타임이라 할 1시간 안에 결정되게 되어 있다. 때문에 구색 맞추기 식의 외상센터 건립으로는 외상환자의 사망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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