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진 행복한노래교실 원장

어느덧 2013년 한해가 저물었다. 올 한해도 전국적으로 많은 행사와 축제가 열렸다. 지방자치시대가 시작되면서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문화행사와 축제들이 봇물을 이뤘고, 축제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나아가 지역의 특성을 홍보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참여도를 높인 다양한 행사로 인해 지역 예술인들의 수준이 날로 향상 되어가고 있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다. 필자가 살고 있는 울산광역시에서도 매년 반복되는 유명 축제와 행사 덕분에 지역민들의 문화수준과 삶의 질이 높아져 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다른 분야는 잘 모르지만 필자가 관여하고 또 연계돼 있는 대중가수들의 참여도가 상당히 높은 점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축제와 행사는 참석하는 인원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시민들을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유명 가수의 출연이 필수로 되어 있어서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출연자들 대부분 귀하신 중앙(?)가수들이고 울산에서 활동하는 지방(?)가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큰 무대 중에 단 한곳 울주군과 군의회가 주최하고 울산 매일신문사가 주관한 ‘울주 간절곶 오디세이'만이 울산출신 지방(?)가수를 오프닝과 엔딩에 출연시켜 체면을 세워 주었을 뿐이다. 이 외에는 작은 무대 몇 곳을 제외하고는 지방가수의 출연은 거의 전무했다. 울산 출신 가수가 출연 요청을 하면 대부분 돌아오는 말은 “검증이 안 되어서”, 혹은 “큰 무대에서 실수 할까봐”, “기량이 모자라서”와 같이 애둘러 표현하는 거절이다. 더구나 어쩌다 무대에 설 기회가 오면 ‘공짜로 세워줘도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말투고, 심지어 돈 내고 출연하는 무대도 있는걸 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적게는 몇 백에서 많게는 천만 원 가까운 출연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중앙가수를 초대하고, 지방가수는 지역축제와 행사에 적은 출연료라도 무대에 서 볼 기회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요즘들어 각종 가요제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다 보니 가요제 입상자는 물론, 오디션에 나와 얼굴만 비쳐도 가수(?)로 대접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많은 시간과 물질을 투자해 작사·작곡가의 곡을 받아 자신의 음반을 발표한 대다수 지방가수들은 ‘밖으로는 중앙가수, 안으로는 노래가 취미인 아마추어 분'들로 인해 점점 무대에 설 기회조차 사라져 가고 있다. 물론 아마추어 분들도 가수보다 훨씬 노래를 잘 부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실력이라는게 가수가 부르는 것을 따라 불러서 배운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노래 한곡을 발표하느라 시간과 물질을 투자한 그 것 하나만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지방가수들이 더욱 분발해야 할 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매너와 열정, 그리고 말솜씨 등 세가지다. 중앙가수들의 무대의상과 안무를 보면 철저히 준비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행사규모와 상관없이 온 정성을 다해 모든 것을 보여주려는 열정 또한 남다르다. 인사 멘트와 노래중간에 흥을 돋우는 추임새, 대중과 함께 소통 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는 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세 가지는 어느 가수 할 것 없이 가수로서의 기본 소양이자 덕목이다. 오늘도 중앙(?)가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지방(?)가수들의 애환이 눈에 선하다. 그렇더라도 불평불만만 하지 말고 적어도 이 세 가지를 꼭 갖추어 새로운 도전으로 중앙(?)가수 타이틀을 따도록 더욱 분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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