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방해양항만청이 간절곶 등대에서 직원 숙소를 무료 개방, 겨울방학기간 동안 ‘겨울철 등대숙소 체험’을 운영한다.

15초마다 깜빡이는 등대불빛, 손잡고 해안가를 거니는 연인들, 아기자기한 길거리 카페들, 철썩철썩 부서지는 파도 소리, 그리고 등대지기 체험….

‘등대에서의 하룻밤’은 기대 이상이었다. 울산지방해양항만청이 이달 25일부터 간절곶 등대에서 실시하고 있는 ‘겨울철 등대숙소 체험’에 기자가 직접 다녀왔다.

▲ 등대숙소 실내 모습.

◆낮에는 일일 등대체험, 밤에는 가족과 1박

기자가 등대숙소 체험을 위해 간절곶에 도착한 시간은 체험시작 시간을 2시간이나 훌쩍 넘긴 4시. 한겨울답지 않게 한낮 온도가 영상 10도를 넘는 포근한 날씨인데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간절곶에는 많은 관광객들과 차로 북적거렸다.

‘등대숙소 체험’은 직원들의 숙소를 겨울방학기간 한 달 동안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것으로, 사회취약계층과 바다와 접할 기회가 적은 내륙지방 청소년들에게 울산항에 위치한 유인등대(울기·간절곶등대)에서 하룻밤을 머무르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다.

체험자들은 낮에는 항만청에서 계획한 세부일정표에 의해 일일등대체험을 하고, 저녁에는 체험숙소에서 가족과 함께 따뜻한 1박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등대 체험은 소장의 안내에 따라 숙소에 짐을 푸는 것으로 시작돼 사무동과 구등탑으로 이동해 등대 현황을 소개받고 장비 및 시설물 견학을 시작한다.

▲ 간절곶 등대 숙소 전경.

이어 사무실로 들어가 기상관측 체험을 한다. “한 시간 동안 구름이 소멸하고 있으면 01, 안개가 옅어지고 있으면 40…” 김용돈 간절곶 항로표지관리소 소장님의 기상관측 교육을 듣고 있는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남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뭐라고 하지?” “남풍요!” 소장님의 느닷없는 질문에도 대답을 곧잘 하며 재미있어 한다. 이어진 신등탑에서의 등롱 및 등명기 견학. 달팽이처럼 생긴 계단을 올라 신등탑 꼭대기에 오른다.

이곳은 1년에 딱 한번 바다의 날(5월 31일)에만 개방하는 곳이다. 꼭대기에 올라서니 등명기가 보인다. 등명기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소장님을 따라 문을 열고 밖을 나서니 간절곶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간절곶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시정이 좋은 날이라 성인 3배 키 높이를 자랑하는 소망우체통도 자그마하지만 선명하게 보이고, 장생포 해안가도 보인다. 우체통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새로 들어선 빨간 풍차, 갑오년 새해 행사준비를 위해 세워둔 말 조형물도 한 눈에 들어온다.

간절곶 전경을 감상하고 등대 옆 홍보관으로 이동한다. 아담한 곳이다. 디지털 소망편지를 쓴 후, 항로표지에 관한 설명을 듣고 전시품(석유등, 무종, 등대모형 등)들을 살펴본다.

▲ 등대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간절곶 전경.

◆일반 가정집과 똑같은 편안한 숙소

간단한 견학과 체험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다. 한숨을 돌리고 제대로 숙소를 돌아보니 가구배치나 집기 등이 일반 가정집과 매우 흡사하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에는 24시간 계속 등대 내에서만 근무하는 등대직원들을 위해 제공되는 직원숙소이기 때문. 크기는 79.48㎡이고 방은 세 칸, 수용 가능인원은 12명이다. 냉장고, TV, 에어컨, 가스레인지, 주방용품 및 침구 등이 있다.

바로 뒤에 위치한 레스토랑 ‘카리브’에서 분위기 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겨울답지 않은 날씨를 고마워하며 간절곶 밤풍경을 즐기러 산책에 나선다.

▲ 홍보관에 설치된 디지털 소망편지 쓰기.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해안가의 작은 카페들은 반짝반짝하는 불빛으로 데이트를 나온 연인들을 유혹한다. 숙소옆 등대사무실에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다. 24시간 근무이기 때문이다.

‘긴 대나무’모양을 닮았다는 간절곶 바닷가에서 낭만적인 하루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려 했으나 더 자고 싶다는 아이들 때문에 포기하고 9시가 넘어 소망우체통 관람에 나선다.

우체통 뒤쪽에 나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 소망과 사랑을 담은 엽서를 쓴다. 동북아 대륙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른다는 간절곶의 아침 공기가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 드라마 하우스.

◆여름엔 바다 보러~ 겨울엔 일출 보러~

등대숙소 체험은 울산 근교인 부산, 대구, 경주뿐 아니라 서울, 경기도에서도 많이들 알고 신청을 한다고 한다. 겨울방학에는 일출을 보기 위해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고 여름에는 드넓은 바다를 보기 위해 신청자가 몰린다고. 숙소체험은 매주 월요일과 해맞이 행사기간(12.31∼1.1)은 제외되고, 이용기간은 1박 2일이다.

신청방법은 울산지방 해양항만청 홈페이지(http://ulsan.mof.go.kr) 에 들어가 이용신청서를 작성해 팩스 또는 전자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방학을 앞둔 7월 초와 12월 초에 접수를 받는다. 여러 날짜 신청은 불가하며, 중복신청도 안된다.

울기등대 또는 간절곶 중 한 곳에 신청이 가능한데 울기등대가 경쟁률이 조금 더 낮고 평일에 신청한다면 선정 확률이 높다고 한다. 경쟁률은 10대 1가까이나 된다. 체험 후 이용소감이나 건의사항을 SNS(트위터, 블로그 등)에 올리면 선정해 총 4장의 체험숙소 이용권도 증정한다.

청소년 사회복지시설 단체 학생,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동반한 가족, 빈곤가정(생계급여 지원대상 가정, 차상위계층 가정), 다자녀 및 다문화 가정, 산간·벽지 거주자 및 장애우 학생 동반가족을 우대한다. 여러 가족(친지)의 모임행사 또는 친목도모를 위한 구성원은 배제하고 있다. 문의 (052)228-5611~4(울산지방해양항만청 해사안전시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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