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봐왔듯 ‘우리는 단 한명의 병사도 전장에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것이 세계가 칭송하고 있는 미국의 국가 정신이다. 아프간 전쟁의 ‘마지막 미군 포로’ 보 버그달 병장은 지난 4월 관타나모 기지에 억류돼 있던 탈레반 고위급 지도자 5명과 맞교환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버그달은 영웅이 아니라 탈영병이었다. 버그달이 스스로 탈레반 진영을 찾아갔다는 현지인의 증언까지 나왔다.
미국 언론들은 아프가니스탄정쟁이 막바지에 이른 2009년 9월 4일 탈영병 버그달 병장 수색작전에 나섰다가 탈레반의 로켓 포탄에 산화한 대런 앤드루스 소위와 병사들의 이야기를 집중 조명했다. 앤드루스 소위 가족들에겐 ‘탈레반 지도자를 추적하던 중 전사했다’는 당시 미군의 거짓말도 폭로됐다. 부대원들에 대한 군당국의 비밀유지 서약이 있었다는 증언까지 줄줄이 이어졌다.

버그달 상병 구하기는 단순한 전쟁포로 교환차원이 아니었다. 상징 조작이나 영웅 만들기 유혹에 빠진 오바마 정부의 비열한 속성을 모두 드러냈을 뿐 아니라 해외파병 병사 관리에 치명적 실수도 함께 드러냈다.
강원도 고성 동부전선 GOP(일반전초) 소초 경계근무를 마친 육군 병장이 갑자기 괴물로 변했다. 동료 병사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소총을 난사해 5명이 숨지고 7명을 다치게 한 뒤 탈영, 군병력과 대치하다 자살기도 끝에 사흘 만에 체포됐다. 그는 성격상 문제가 있거나 부대 생활에 적응을 제대로 못하는 병사를 일컫는 ‘관심병사’였다. 육군에는 A·B·C급으로 나뉘어 관리를 받는 관심병사가 2만명쯤 되는데 최전방에도 A·B급 ‘관심병사’ 비율이 10%나 된다고 한다. 일선 지휘관들 중에는 이들 문제 사병들과 수시로 면담하고 성실한 선임병을 전우조(戰友組)로 붙여주면서 자상하게 관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무관심은 증오보다 더 무섭다. 총을 들고 정면으로 쳐들어오는 적보다 더 무섭다. 최악의 적이 무관심이라는 사실이 이번 ‘관심병사’관리의 실패에서 드러났다. 최전방을 지키는 군인들이 전방의 적보다 등뒤의 동료를 더 두려워 한다면 국가 안보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이땅의 젊은이들에게 군복무는 우리사회를 살아가는 한 과정이다. 그 과정을 적응 못하는 젊은이들이 이처럼 많다면 나라의 앞날이 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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