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박성렬·이종산 선생 비 찾아

'스승의 은혜, 바다보다 깊어 빗돌에 글을 새겨 오래토록 잊지 않으리…'

문수산 자락을 따라 꼬불꼬불 난 시골길 옆에 위치한 작은 초등학교.

이 곳 울주군 삼동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는 일제 강점기 이 학교 초대 교장을지냈던 박성렬 교장의 교육열정과 제자사랑을 기리는 사도비(師道碑)가 세월의 흐름을 뒤로한 채 묵묵히 학교를 지키고 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울산시교육청이 지역 217개 초·중·고등학교를 샅샅이 뒤져 2개의 사도비를 찾아냈고 이 비(碑)들이 전하는 참스승의 의미가 남다르다.

범서읍 척화리 출신으로 1927년 삼동초등 초대·3대 15년간 학교장을 역임했던 박성렬 교장은 암울했던 일제시대, 국혼을 살리고 제자들에게 남다른 가르침을 주기 위해 헌신했던 교사로 전해져온다.

이 학교 감나무들은 당시 묘목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박 교장이 손수 구해 심었던 것으로, 현재 총동창회(매년 양력 8월 첫 일요일 개최)때마다 동문들이 모여 감나무 앞에 주먹밥을 싸서 먹는 풍습은 박 교장의 깊은 뜻을 새기는 아름다운 전통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박 교장은 늦가을 감을 따 전 교생에게 골고루 나눠줬고 "반드시 할아버지·할머니, 부모님께 먼저 드리고 난 뒤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학생들의 예절교육을 철저히 했다.

배고프고 어려웠던 시절, 박 교장의 교육에 깊은 감화를 받은 학생들은 감이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주렁주렁 탐스럽게 익어도 누구하나 꺾지 않았다.

제자들과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자존심, 이를 마음에 새기고 따르는 제자들의 모습에 당시 일본교육감도 '조선학생에 편견을 가진 것은 잘못'이라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고 한다.

박 교장의 가르침을 받은 많은 제자들은 스승의 높은 뜻을 새기기 위해 훗날 기념비를 세우게 됐다.

손호근 교감은 "세월이 흘러 비석이 낡았지만 참스승에 대한 교훈과 가르침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며 "지금도 아이들이 이 기념비를 보며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한번씩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 일산동 울산교육연수원에 있는 이종산 선생 공덕비 또한 교훈이 되고 있다.

일제시대 우리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이 선생은 사유지 4,000평과 당시 200만원의 현찰을 아낌없이 투입해 1947년 12일 현재 방어진중학교의 전신인 수산중학교를 설립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여러가지 이유로 최근 스승의 날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고 있지만 이들 사도비는 학생은 물론 교사들에게도 많은 의미와 교훈을 전한다"고 말했다.

정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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