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기등대 구 등탑은 등록문화재 제106호로 지정됐다. 구 등탑이 물러난 뒤 바통을 이어받은 신 등탑도 ‘촛대’의 모습으로 곁에 우뚝 서 있다.

가을이 찾아왔다. 감성의 계절, 가을을 맞아 색다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등대로의 여행은 어떨까? 마침 지난달 한국관광공사에서는 ‘가볼만한 9월 여행지’로 울산의 울기등대를 추천했다. 가까운 울기등대로의 여행은 트래킹을 하며 대왕암 해안의 기암절벽도 구경할 수 있는 ‘덤’도 얻을 수 있다. 이번 주말, 등대로 떠나는 낭만여행으로 나에게 가을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 등대에서 내려와 대왕교를 건너면 문무대왕 비의 호국 전설을 간직한 대왕암이 위용있는 모습을 드러낸다.

◆화려했던 지난 여름은 뒤로하고…

아침 바람이 시원하다. 

유난히도 뜨거웠던 올 여름, 그 화려했던 여름은 이제 또다시 추억이 돼버렸다.

지나간 여름을 뒤로하고 알 수 없는 공허로 마음이 헛헛해 질 때, 바다를 떠올리면 조금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 바다에는 새하얀 등대가 말없이 항상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등대는 대부분 낯설고 외진 곳에 있어 등대를 찾아가는 길은 대부분 멀고 험한 길이다. 

다행스럽게도 울기등대는 비교적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어쩌면 산과 바다를 접하고 있는 울산시민들에게는 이 또한 축복인지 모른다. 

울기등대는 에메랄드빛 동해 바다를 마주한 눈이 즐겁고, 가슴이 벅차고,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군더더기 없는 풍경의 아름다운 등대다. 

등대가 왜 이 자리에 서 있는지 그 까닭을 충분히 알 만하다.

▲ 울기등대를 찾아가는 길에는 수령 100년이 넘는 아름드리 해송 1만 5,0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산책로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구 등탑의 바통을 이어받은 신 등탑

울기등대는 대왕암공원에 있다. 구 등탑은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등대로, 일제강점기인 1906년 3월에 처음 불을 밝혀 1987년 12월까지 80여 년간이나 사용됐다.

건립 당시 높이가 6.1m이었으나 주변 소나무가 자라면서 등대를 가리자, 3m를 늘여 지금의 모습이 됐다. 하지만 그 후로도 점점 울창해지는 송림 때문에 항해하는 선박이 등대를 알아볼 수 없게 되자, 바로 옆에 높이 24m의 신 등탑을 세웠다. 

2004년에 울기등대 구 등탑이 근대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106호로 지정됐다. 구 등탑이 현역에서 물러난 뒤 바통을 이어받은 신 등탑도 ‘촛대’의 모습으로 곁에 우뚝 서 있다. 

울기등대를 찾아가는 길은 가족나들이로도 좋고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수령 100년이 넘는 아름드리 해송 1만 5,0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이 숲들은 기암괴석과 짙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공원 입구에는 대형주차장도 마련돼 있고 미르(용) 놀이터와 생태 놀이터도 있다.

멀리서 귀한 손님이 울산에 오셨다면 주저 없이 모시고 가기에 이만한 여행지가 없다.
 

▲ 울기등대 구 등탑에서 신 등탑을 거쳐 다시 산책로로 나오면 양쪽에서 고래 턱뼈가 여행객을 맞는다.

◆가을하늘 같은 동해바다와 마주하고…

공원 입구에서 등대까지 이르는 길은 여럿이다. 10분 정도 걷는 직진 포장도로가 가장 짧은 코스다. 옆에는 흙길도 조성돼 걷기에 좋다.

기암절벽 등 빼어난 해안 절경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해안 산책로를 택하는 것이 답이다. 해안 산책로는 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도는 길이다.

공원 입구를 지나 포장도로로 직진하지 말고 현대중공업이 보이는 왼쪽길이나 교육연수원 건물을 지나는 오른쪽길로 접어든다. 어느 길이든 30분 정도면 족하다.

두 개의 등대는 이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 끝자락에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등대에서 내려다보는 동해바다는 마치 맑고 고운 가을하늘처럼 한없이 푸르기만 하다.

바다 위 점점이 떠 있는 큰 배들은 ‘산업수도’울산의 위상을 자랑하기도 하지만, 여행자의 맘을 설레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호국 전설 간직한 대왕암 구경은 ‘덤’

구 등대와 신 등대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면, 이제 대왕암 구경에 나서도 좋다. 등대에서 내려와 대왕교를 건너면 문무대왕 비의 호국 전설을 간직한 대왕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왕비의 유언이 담긴 대왕암.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하다.

전망대까지 안전한 산책로가 조성돼 있지만 조심조심 걷는 게 좋으며, 파도가 높은 날은 대왕교에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울기등대 바로 옆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도 있다.

초등학교 여름, 겨울 방학기간에 운영하며, 신청서 접수기간은 매년 7월초, 12월초 울산지방해양수산청 홈페이지에 게재된다.(문의: 울기등대 052-251-2125,  항로표지과 052-228-5681)

울기등대로의 여행은 하얀 등대와 바다가 빚어내는 색깔이 있고,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낭만이 있으며, 100년이 넘은 해송과 해안가 기암절벽이 반겨준다.

이 가을, 떠나보낸 여름날의 추억으로 마음이 헛헛해진다면 울기등대로의 낭만여행을 계획해보자.

[슬도등대도 들러볼까]
 

▲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거문고 소리처럼 들린다고 이름 붙은 슬도(瑟島).

대왕암을 보고 인근에 있는 슬도등대에 들러 파도와 바위가 들려주는 이중주를 즐겨보자.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거문고 소리처럼 들린다고 슬도(瑟島)라 불리는 이 섬에는 1950년대 말에 세운 무인 등대가 있다. 
MBC드라마 ‘메이퀸’, ‘욕망의 불꽃’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등대를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고, 다양한 어종이 서식해 낚시꾼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대왕암공원 해안 산책로가 슬도까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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