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관 부국장 겸 취재1부장

해발 1,000여m 산 정상 부근에 고양이가 살고 있다. 어찌된 일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지난 추석명절 고향을 찾아 오랜만에 좀 멀리 있는 곳에 성묘를 하기 위해 구불구불한 산 길을 돌고 돌아 산 정상부근을 지나 갔다. 산 정상부근을 지나면서 고향의 아름다운 산천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있어 잠시 쉬면서 마을을 내려다 보니 산하는 어린 시절 모습 그대로 인데 훨씬 아름답다는 느낌이 가슴 한 곳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세월이 채색을 했기 때문일까.

잠시 풍광을 살펴보고 길을 재촉하려고 보니 길고양이가 높은 산에서 재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얼마를 가다보니 또 다른 고양이가 길 옆에서 공격이라도 할 듯 한 자세로 쳐다보더니 이내 숲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옛부터 영물로 여겨져 온 고양이들이 왜 산에 살까. 고양이는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서 도도한 자존심과 야생의 습성을 결코 버리지 않는 특성 때문에 어떤 지역에서는 신성시 되고 또 어떤 지역에서는 마녀의 상징으로, 어떤 지역에서는 부정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사찰에서 고양이를 많이 키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난한 사람이 고양이를 키우면서 은혜를 베풀게 되면 반드시 은혜를 갚는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요즘 대부분의 시골 마을엔 고양이 수가 주민 수 보다 많을 정도란다. 필자가 살던 옛 마을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들었다. 왜 이렇게 고양이가 많아졌을까. 고양이는 옛날 쥐를 잡기위해 기르는 동물이었다. 시골에는 언제나 쥐들이 많아 한때 쥐잡기 운동도 펼친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쥐잡기 운동은 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의 시골 마을이 현대식 주택으로 개량됐기 때문에 쥐들이 먹이를 절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수는 옛날보다 훨씬 늘어났다. 고양이가 많다 보니 먹을 것이 부족하다. 고양이 주인들도 많은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넉넉하게 줄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고양이들이 달걀까지 훔쳐 먹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골엔 집집마다 몇 마리 정도의 닭은 기르고 있다. 닭이 알을 낳을 땐 울음소리를 내며 ‘주인님 알 낳았습니다’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를 고양이들이 알아차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닭 주인 보다 먼저 달걀을 훔쳐 먹어 시골 사람들에게 골칫거리 하나가 더 생겼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고양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났을까. 그것은 우선 고양이의 번식력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고양이는 어느 곳이나 드나들어 쉽게 교미가 이뤄지는 데다 임신 기간이 60여일로 한번에 4~8마리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번식력이 어느 동물 못지 않게 왕성한편이다. 

고양이 수는 늘고 먹을 것은 부족하기 때문에 집고양이들이 먹이를 찾아 헤매다 산으로 들어가 산고양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산에서는 천적이 없다. 따라서 개구리, 청설모, 다람쥐 등을 마구 잡아먹고 산다. 특히 요즘 산토끼가 사라진 이유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고양이들이 잡아먹기 때문이다” 라는 말도 있다. 또 동물 보호정책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물보호법 14조 1항엔 ‘국가는 동물의 적정한 보호 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시책에 적극 협조하고 관할 구역안의 동물의 보호 관리를 위한 대책을 수립 시행 해야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기·유실동물의 구조 보호시 치료를 요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적절한 조취를 하도록 돼 있다. 

현재 유실 또는 유기동물 보호 및 관리절차는 유실·유기동물 발견 땐 거주지 관할 시·군·구청에 신고하면 지자체와 연계된 동물구조단체에 구조요청이 접수돼 구조활동에 나선다. 구조후엔 보호 및 관리를 하다가 일정기간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분양 또는 안락사 시키도록 돼있다.

동물 보호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유기된 많은 고양이들이 사람이 사는 주거지를 떠나 산에서  정착하며 자연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대로 두면 언젠가는 산과 들에서 고양이들과의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쥐, 개구리, 토끼 등 산에 살아야 하는 파충류나 설치류가 사라진다면 이것은 또 다른 재앙이 될 수 있다. 이젠 유기동물을 단순 보호 정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개체 수 조절 등 보다 현실적이면서 적극적인 자세로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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