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원 편집국장

울산매일 편집국 사무실은 이른바 ‘로얄층'이다. 9층이니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사방에 창이 나 있어 ‘뷰'가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그중 압권은 공업탑이다. 사실 차를 타고 로터리를 돌면서 보는 공업탑은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아니 운전을 하느라 감흥을 느낄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 표현이 옳을 듯하다. 그런데 9층 사무실 창문을 통해 본 공업탑의 경관은 여간 빼어난 것이 아니다. 사시사철 녹색의 공간에 우뚝 솟은 다섯 개의 기둥이 맞들고 있는 지구본이 인상적이다. 밤이 되면 질서정연하게 이동하는 불빛을 보는 맛도 괜찮다. 공업탑이 산업도시 울산의 상징이라는 부연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보는 그 자체로도 멋있는 구조물이다.

편집국장이 됐으니 고정 칼럼을 써야한단다. 가끔 데스크 칼럼을 쓰기는 했지만 지금껏 취재 현장에 있었던 탓에 칼럼은 여전히 낯선 영역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칼럼의 문패를 무엇으로 할까 부터 고민이 됐다. 수많은 단어들을 붙였다 뗐다 반복해 봤지만 좀처럼 마음에 드는 조합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낙점된 이름은 ‘울산의 창(窓)'이다. 이름을 정하고 보니 끼워 맞출 의미가 많다. 

꽤 오래전부터 다락이 있는 단독 주택에 살고 있다. 다락은 서재 겸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사색할 수 있는 도피공간이다. 사방이 책이고 세상을 향해 창이 딱 하나 나 있다. 창 앞에 오래된 목재 책상을 하나 놓았다. 책을 읽다 눈이 피곤하면 손을 뻗어 창문을 연다. 그러면 골목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느 골목길과 마찬가지로 무시로 차들이 오간다. 사람들을 구경하기에도 좋다. 혹 아는 사람이라도 지나가면 어이 하고 소리치기만 하면 된다. 창은 서너 평 다락방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로 충분하다. 

신문이 뭐지? 이런 물음을 해 오는 이가 있을 때 나는 주저 없이 ‘당신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라고 말한다. 독자들은 매일 아침 사각형의 창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다. 또 누구나 신문을 통해 내가 세상의 주인공임을 알릴 수도 있다. 매체의 빅뱅 시대에 살아가고 있지만 종이신문은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터넷 매체들이 쏟아내는 ‘카피형 기사’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로봇 저널리즘’이 가끔 화두에 오른다. 사실 로봇 저널리즘은 굉장히 긍정적인 것이다. 미국 등 언론 선진국에서 ‘로봇 기사’는 이른바 빅 데이터를 구축해 이를 기사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 빅 데이터는 날씨와 주식정보, 스포츠 뉴스 등 각종 통계가 필요한 기사를 출고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 언론 현실은 빅 데이터를 활용하기에 이르다. 관련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그러니 ‘로봇 기사’가 취재나 분석을 하지 않고 각 기관에서 생산되는 자료, 또는 세상에 떠도는 소식들을 천편일률적으로 전하는 언론의 행태를 꼬집는 말이 돼 버렸다. ‘로봇이 기사를 쓴 것’이란 조롱도 나오고, 급기야 기레기(기자+쓰레기)란 신조어도 나왔다. 이는 속도와 이른바 ‘낚시’ 경쟁에만 매달리고 있는 인터넷 환경에서의 언론 현주소다. 종이신문도 예외가 아니다. 어떤 신문사는 기자들을 취재 현장에 보내지 않고 컴퓨터 앞에서 근무하도록 한다고 한다. 취재와 기사쓰기를 배우기도 전에 ‘퍼 나르기’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울산의 창’은 현장기사, 심층기사 등 인간의 사고가 필요한 ‘인간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칼럼의 형태로 변환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울산의 창’은 울산매일 기자들과 독자들이 소통하는 또 하나의 창이 된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응시할 수 있는 창, 그 창을 통해 독자들이 취재기자들의 열정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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