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대 부산취재본부장

부산항이 올해 컨테이너물동량 처리 2,000만 개 시대를 연다. 부산항은 지난해 길이 6.1m 컨테이너 1,945만 개를 처리해 1876년 부산항 개항 이래 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 세계 10위권 주요항만들의 평균증가율이 0.4%에 불과한데 비해 부산항은 10배인 4%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3.1%에 비해서도 0.9% 앞선 주목할 만한 상승세이다. 

부산항은 올해 개항 140주년, 컨테이너 터미널 도입 37년, 신항 개장 10년을 맞는다. 지난해 부산항은 개항 이래 많은 새로운 기록들을 만든 한 해였다. 먼저 작년 부산항은 사상 처음으로 환적화물이 전체 물동량의 52%인 1,008만 개를 처리하며 부산항 환적화물 1,000만 개 시대를 열었다. 싱가포르, 홍콩항에 이어 환적화물 처리 세계 3위 항만으로서 환적부가가치 창출액만 무려 1조1,894억 원에 이른다. 환적화물은 항만의 국제경쟁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다른 나라의 화물이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타고 최종 목적지로 가는 것으로서, 일반수출입화물에 비해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다. 이는 발로 뛰는 마케팅 경쟁력과 영업 활동이 뒷받침 되어야만 유치가 가능하다. 

일부 항만 전문가는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 실적 순위에서 자국 내 수출입화물 실적은 제외하고 환적화물로만 순위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자국 내 수출입화물이 넘쳐나는 중국 항만의 경우 순위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산항도 이제는 세계 순위에 집착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전략을 구축해야 하며, 컨테이너물동량 처리 숫자와 함께 부가가치 창출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정책과 마케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눈을 돌려 돈벌이가 될 만한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항만관련 지원이나 육성과 다양한 서비스아이템을 개발하지 않으면 부산항의 부가가치 확대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또 지난해 눈여겨 볼 기록으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1만9,224TEU)인 스위스의 MSC 오스카호가 첫 기항지로 부산을 선택해 부산항 항만시설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더불어 북항재개발사업에 활력을 불어 넣을 선도사업인 국제여객터미널이 연간 27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건립돼 지난해 8월 개장, 운영 중에 있다. 부산항이 올해 목표로 하는 컨테이너물동량 처리 2,000만 개 달성은 동북아 항만물류의 진정한 ‘메가 허브 포트(초대형 중심 항만)’로 자리매김하는 첫 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부산은 항만물류산업의 종사자가 부산지역 전체의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항만물류산업의 부가가치액 또한 부산 전체의 20%를 차지할 만큼 항만은 지역경제 기여도가 높은 산업이다. 특히 국내 최대의 무역항이자 ‘아시아의 물류 허브항’을 지향하는 부산은 성장 전력상 바다와 직접 관련돼 있는 항만물류 업종을 제1의 전략산업으로 선정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선택이다. 좁은 국토와 빈약한 부존자원, 3면이 바다인 우리의 특성상 바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할 때 1인당 국민소득이 400달러에 불과했던 싱가포르는 5만 달러 달성에 성공했다. 경제 전문가와 항만 관계자들은 이를 세계 최고의 환적항인 싱가포르항 덕분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홍콩, 일본 도쿄 등도 모두 인근에 대규모 항만을 두고 있다. 이들 도시는 강력한 해상 지배력을 바탕으로 여러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며 항만 배후 산업을 발전시켰다. 싱가포르와 로테르담, 홍콩 등 항만을 통해 부를 축적한 도시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부산항은 현재 컨테이너 1만9,000여 개를 실을 수 있는 선박이 입항하고 있고 내년부턴 2만여 개급 선박이 운행되며, 머지않아 2만2,000여 개급 이상의 선박도 운행될 예정이다. 부산항의 항만시설 규모도 조정할 예정인데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을 유도해 항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부산항 개발과 관리,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항만공사(BPA)가 지난 16일로 창립 12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부산항이 처리한 물동량 1,945만 개는 BPA 출범전인 1,041만 개에 비해 87%(904만 개)가 증가한 수치이다. 선석 수도 18개에서 지난해 2.2배 증가한 40개로 늘어나며 총 선석 길이도 5.7km에서 12.5km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BPA는 장기적으로 신항은 환적 중심의 항만으로, 북항은 크루즈, 마리나 등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한 허브로 이원화해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선박 매매, 용선, 법률 서비스까지 이뤄지는 해운항만클러스트를 조성, 새로운 부가가치 및 일자리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는 명품 항만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BPA는 올해 슬로건을 ‘바다가 미래다. 부산항이 국력이다’로 정하고 컨테이너물동량 처리 2,000만 개에 당차게 도전한다. 지역별 항만마다 화물을 나누는 정부의 근시안적 멀티항만 정책, 불필요한 간섭, 다른 무역항과의 경쟁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말 조직개편 등을 통해 야심차게 새로운 역사를 쓰는 BPA에 성원과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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