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 인근 야산에 닭의 부리를 닮아 이름 붙여진 ‘닭의난초’가 활짝 피어 있다. 안시현 기자 mot_ash@iusm.co.kr

생태기획-울산 야생화 탐사 <1>닭의난초
꽃잎 옆모습이 닭 부리 닮아
관상용으로 인기 끌면서 수난
울주군 진하리 야산에 군락지
늦여름 장마 끝나면 열매 맺어

‘공업도시’ 울산에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공장들만 가득할까.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젖줄로 태어난 태화강을 가로질러 영남알프스로 불리는 신불산의 억새평원까지. 울산이 품은 자연은 사계절의 변화, 밤낮의 흐름만큼 다채롭다. 그 중에서도 산과 들에 피어난 야생화는 자연의 가장 은밀한 속살이다. 누군가가 심지 않았지만 흙에서 새싹이 나고, 햇살과 비, 바람으로 가꿔져 끝내 꽃을 피운 야생화는 그것이 뿌리내린 곳의 자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울산의 곳곳에는 작은 생명을 이어오고 있는 야생화들이 있다. 생김새는 물론 이름마저도 생소한 것들이다. 매주 야생화와 그것이 담고 있는 자연의 싱그러움까지 울산 시민들에게 전하는 연중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따뜻했던 봄의 햇살이 무덥게 느껴지는 6월 말 노란 봉오리를 터뜨리는 꽃이 있다. ‘꼬끼오’하고 우는 닭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닭의난초’다. 이 꽃이 활짝 피어날 때면 후텁지근한 장마가 찾아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쪽 지방 산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꽃이지만 요즘은 귀한 몸이 됐다. 시원한 잎에 앙증맞은 꽃망울이 관상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산에 자생하는 난초를 캐어다 자신들의 앞마당에 가둬놓기 시작했다. 야생에서 피어난 ‘닭의난초’는 보기 힘들어졌다.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 귀한 ‘닭의난초’ 군락지가 울산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의 한 야산에 있다. 인적이 드문 산자락에서 8년 전 우연히 발견한 이후 올해까지 무사히 지켜지고 있는 군락지다. 키는 성인 무릎을 살짝 넘고, 그 끝에 꽃들이 방울처럼 달려있다. 새끼손가락 한마디보다 작은 ‘닭의난초’는 샛노란 꽃잎과 연두색의 꽃받침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벌어진 꽃잎의 옆모습은 닭의 부리를 닮았다. ‘꼬끼오’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닭의 입모양이다.

꽃잎 사이로 고개를 내민 ‘숨판’은 닭의 혀처럼 보인다. ‘숨판’의 오돌도돌한 돌기와 분홍빛의 선은 닭의 벼슬을 꼭 닮았다.

닭이 동이 트는 새벽을 알리듯, ‘닭의난초’는 장마가 오는 것을 알린다. ‘닭의난초’가 만개하면 ‘곧 지루한 장마가 시작된다’고 여겼다고. 활짝 핀 꽃은 여름의 끝자락에 장마도 물러나면 고개를 숙이고 열매에 자리를 내어준다.

외떡잎식물의 난초목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닭의난초’는 햇볕이 잘 들면서도 땅은 축축한 습지에서 잘 자란다. 키는 70㎝까지 자라고 잎은 좁은 달갈 모양으로 성인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크기다. 길이 2㎝가량의 열매는 9월께 아래로 처지면서 나는데, 먼지 같은 종자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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