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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현대차노조가 파업하면 ‘하이씨트(hyxit=hyundai+exit)’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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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곤 부장·취재1팀 팀장
  • 승인 2016.06.30 00:00
  • 댓글 0
김기곤 부장·취재1팀 팀장

현대차 노사는 5월 17일 상견례를 가진 후 10여 차례 임금교섭을 진행했다. 그런데 노조는 벌써부터 ‘7월 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차그룹 산하 10여 개 노조와의 공동교섭 불발을 빌미로 한판 싸움을 벌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것이다. 애초부터 “되지도 않을 일을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음에도 오불관언이다. 여기에다 민주노총 총파업과도 장단을 맞추려하고 있다. 이래저래 울산시민과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안기고 있다.

잠시 나라 밖을 보자.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세계 5위 경제대국 영국이 지난 24일 국민투표를 거쳐 EU(유럽연합)을 탈퇴하겠다고 결정했다. 이후 세계경제는 한 치 앞을 못 볼 정도로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아마 불면의 밤을 보내는 주식투자자들도 상당수 있을 것 같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은 나 혼자 살겠다며 금리인하 카드를 내밀고 있다. EU 내에서 영향력이 큰 독일·프랑스 등은 “빨리 나가라”며 영국을 몰아치며 왕따를 시키고 있다. “잘못 생각한 것 아닌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영국 총리는 “재투표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한 때 ‘대영제국’이란 말을 들었던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국민이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은 쉽게 말해 ‘먹고 사는 문제’ 때문이다.

인간에게 먹고 사는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 더 없이 높고 바른 깨달음(무상정등각)을 성취한 부처님도 비록 일일일식이지만 먹는 일은 중단하지 않았다. 예수님의 ‘오병이어(五餠二魚)’ 기적도 결국 먹는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TV를 통해 아프리카 사람들의 비참한 실태를 보면서 ‘먹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간존엄성은 없다’는 데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흔히 “한국은 먹는 문제가 해결됐다”고 한다. 그러나 정확히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물론 대부분 국민은 자력으로 먹고 산다. 그렇지만 사회의 도움이 없으면 삼시 세끼 해결이 힘든 사람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회사와 함께 불우이웃돕기 행사라는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는 현대차노조도 이 같은 실태를 잘 알고 인정할 것이다.
지금 울산은 한 마디로 죽을 쑤고 있다. 조선업의 침몰은 시민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시장통에 나가보면 이런 현실을 실감할 수 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던 직장인들 상당수가 지금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않았던 일을 겪는 당사자와 가족들의 심정은 어떨까 싶다. 물론 진원지는 일터다. 조상으로부터 특별히 많은 재산을 물려받지 않은 한 회사는 생명줄 그 자체다. 그런데 갑자기 일감이 없어져 직장(돈줄)을 잃는 것은 모태와 연결된 탯줄이 끊어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울산의 인구가 감소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천만다행으로 현대차는 아직 구조조정을 비롯한 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런 일이 벌어져서도 안되며, 그렇다고 앞길이 훤히 뚫린 것도 더더욱 아니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좀 낫다는 것이다. 허나 차 산업도 과잉생산과 소비위축으로 ‘재고’가 착착 쌓이고 있다. 아마 현대차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만약 차를 직접 생산하는 종업원이 ‘우리 차가 잘 나가기 때문에 생산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여기에다 국내 소비자의 수입차 선호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배기가스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폭스바겐(VW)차의 국내 판매는 별 영향이 없을 정도라면 더 이상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현대차 임직원들에겐 이해하기 힘든 충격적인 현상이 아닌가.

요즘 가장 자주 쓰는 말이 ‘위기(危機)’이다. 누구나 공감하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언필칭 이 말을 쓴다는 것은 예사스런 일이 아니다. 그런데 위기 보다 더 큰 위기는 ‘위기를 위기로 보지 않는 것’ 이다. 집이 불타고 있는 데도 팔짱을 끼고 방 안에 태연히 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울산시민 대다수는 현대차마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상당수는 현대차를 아끼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상당수는 자신의 삶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그래도 우리차를 타야지’ 하는 착한 소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987년 이후 계속된 파업으로 마음을 돌린 소비자가 적지 않다. 한 번 잡기도 힘들지만 되돌린 마음을 잡기란 더더욱 어려운 게 사람 마음이다. 중구삭금(衆口鑠金), 많은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인다고 했다. 만약 현대차지부가 올해도 ‘파업’의 달콤한(?) 맛을 못 잊는다면, 충성고객마저 현대차와의 결별을 선언하는 ‘하이씨트(hyxit=hyundai+exit)’를 자초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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