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처음에 주차한 차에 나뭇가지가 떨어진다고 몇 그루 베어내더니 올 봄에는 모두 잘라버렸습니다”, “사유지 주인이 자르는데 어떻게 말 할 수가 있나요?”라면서 주민들은 구늪숲의 큰 나무들이 모두 잘려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을주민들이 예전부터 ‘구늪숲’이라고 불렀던 곳에는 차들만 가득했다. 옛 언양읍지 ‘임수조(林藪條)에 구늪숲은 마을 북쪽에 있다(九秀樹在里北)’고 기록돼 있을 만큼 역사가 있는 숲이다. 조선 숙종 때 언양현감인 모일성이라는 분이 구수리 굴속에 있는 이무기를 잡아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마을이기도 하다. 마을 앞 남천냇가에 아홉 개의 숲이 돌출돼 있고 마을 곳곳에 늪과 웅덩이가 있어 구수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언양쪽에서 내려오는 남천과 신불산에서 내려오는 삼남면 신화리 쌍수마을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쳐지는 곳이다. 큰 비가 내릴 때마다 하천의 지형이 바뀌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서 농사짓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주민들은 마을 북쪽에 비보숲을 조성했을 것이다. 주민들도 ‘꿀밤나무(상수리나무)’가 많았기 때문에 저절로 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는 울산역으로 가는 도로가 됐지만 숲 뒤편과 동남쪽으로 논들이 많았다. 지금도 많이 남아 있다. 지금은 언양수질개선사업소까지 들어선 상태다. 언양읍지에 따르면 1974년 반송상리(장촌마을)에서 구수리로 넘어오는 구수교를 만들면서 숲이 일부 잘려 나갔다고 한다. 또한 태풍으로 인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농사를 한창 지을 때는 마을 공동으로 관리를 했는데 개인에게 땅을 팔면서부터 숲과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한다. 몇 번에 걸쳐서 주인이 바뀌면서 숲의 규모나 모양도 바뀌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여름철 그늘아래서 쉬고 놀았다고 추억했다. 울산역이 들어오면서 2011년 사설 주차장이 들어서면서부터 나무들은 더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설주차장 부지는 울주군 언양읍 구수리 849, 850, 860번지 등인 것으로 토지대장을 통해 확인했다. 이 땅도 2011년 주차장이 되기 전까지는 답(논)으로 돼 있던 땅이다. 그런데 논이 주차장으로는 될 수는 있다고 한다. 

그런데  쉽게 되는 일은 아니라고 부동산관련전문가들은 말한다. 진짜 문제는 사설주차장을 찾아가는 스카이뷰에도 보이는 10여 그루의 상수리나무들이다. 구수리 861-3번지다. 임야다. 나무가 있어야 하는데 나무는 없다. 쇄석이 깔린 곳에 노끈으로 쳐진 주차라인이 있고 차들이 주차를 해 놨다. 바닥을 유심히 보면 7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상수리나무그루터기 3-4개 보인다. 도로와 맞닿은 언덕 밑에는 뿌리 채 뽑힌 나무와 잘린 나무줄기와 가지들이 쌓여 있다. 그루터기만 남기고 있는 나무의 일부가 아닐까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행정관청이 벌목허가를 받고 베어낸 것일까 궁금하다. 허가를 받아서 베 내도 문제다. 무단으로 벌목해서도 문제다. 

울산 마을 숲 가운데 조선시대부터 기록이 있는 구늪숲이다. 숲의 역사가 500년 이상이나 된다. 어릴 때부터 살았던 마을 분들은 ‘숲이 상당히 컸다’고 한다. 흔적이라도 남아있던 숲이 사라져 버린 것에 대해 허망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렇게 숲에 대한 향수를 가진 세대가 사라지기 전에 원형을 회복했으면 한다. 그래야 미래세대도 그 숲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 관에서는 숲부지를 매입해서 전통마을숲으로 복원하는 사업이 반드시 되어야 하는 숲이다. 시민헌수운동을 펼쳤으면 한다.

또한 남아있는 다른 마을 숲 보호도 필요하다. 도시계획도로가 계획되어 있는 북구 천곡마을숲이다. 울주군 온산읍 강양리 강회마을 숲은 바다일로부터 마을과 주민을 보호하던 비보숲이다. 상가와 체육시설 등으로 흔적만 남았다. 서어나무숲이 울창한 상북면 석리마을숲도 지켜야 한다. 울산 전통마을숲 현황파악이 필요하다. 법적 보호 장치와 나무를 심고 가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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