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노조가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를 하고 있다.
현장노동조직의 '집행부 흔들기 무조건 반대' 운동 결정적
경영실적 감안한 낮은 임금인상·성과급에 조합원 설득 실패

 

현대자동차 노사가 마련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26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노조 내부 집행부 견제세력의 부결운동과 낮은 임금안 때문으로 분석된다.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것은 2008년 임단협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는 올해 핵심 안건이었던 임금피크제 확대안을 회사가 철회하고 노사 상호 양보를 통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결국 조합원 설득에 실패한 셈이다.

부결의 가장 큰 이유는 노조 집행부에 맞선 현장노동조직들이 잠정합의 후 일제히 '집행부 흔들기'에 나서는 등 부결운동을 주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조직은 잠정합의안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부결을 선동하는 유인물을 쏟아냈다.

2012년과 2013년 노조 집행부에 오른 '민주현장'은 "올해 임금인상안이 사실상 임금동결이다"며 "사측의 임금피크제 벼랑 끝 전술에 집행부가 임금과 핵심요구를 포기했다"고 비난했다.

또 2009년부터 3년간 노조 집행부를 이끈 '현장노동자'도 "노동자의 몫을 대폭 하락시킨 이번 잠정합의안에 속으면 안 된다"며 "회사의 얄팍한 속임수를 100% 부결로 응징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현장조직 '민투위(민주투쟁위원회)'는 "최악의 기본급 인상이며, 성과금도 너무 부족한 최악의 잠정합의안이다"며 "집행부 정신 차리게 무조건 반대를 찍자"고 했다.

이밖에 '전혁투(전진하는 혁신투쟁위원회)'는 "98년 정리해고 이후 최악의 임금인상 합의이며, 압도적 부결로 분노를 보여주자"고 했고, '들불'은 "사측의 기만전략에 놀아난 졸속 잠정합의 반대한다"는 등 부결을 주장하는 대자보를 일제히 내걸었다.

현대차 노조에는 7∼8개의 노동조직이 있다. 이들 조직은 2년마다 선출하는 노조위원장(지부장)을 배출하기 위해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조직은 과거 수차례 회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안건을 요구하며 협상장을 봉쇄하는 등 협상을 방해하기도 했다.

그리고 잠정합의안이 나오면 수백 명의 조직원을 동원, 부결 투쟁을 주도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런 노노 갈등과 더불어 올해 잠정합의안 가운데 임금과 성과금의 합의 규모가 예년과 비교해 낮은 점도 부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노사는 해외 신흥국 시장 경기침체와 환율 불안,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 등 어려워진 경영여건을 감안, 올해 예년에 비해 낮은 임금인상 및 성과급 등에 잠정합의했다.

2015년 임단협에서 임금 8만5천원 인상 및 성과·격려금 400% + 420만원(재래시장 상품권 포함)과 주식 20주 지급, 2014년에 합의한 임금 9만8천원 인상과 성과·격려금 450% + 890만원 지급과 각각 비교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2012년 8조4천406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줄어들고 있고, 올 상반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가 준 3조1천42억원에 그쳐 임금인상 자제와 성과급 지급 축소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지역 노사관계 전문가는 이번 합의안 부결과 관련해 "현대차 노사가 올해 어려워진 경영실적을 반영해 임금, 성과금 규모를 예년보다 줄인 데 대한 조합원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노동조직들이 이런 불만을 활용해 부결운동을 벌인 것이 결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협상장을 나서는 현대차 노사 대표 모습.

노사는 곧바로 재교섭에 나설 전망이다. 얼마나 진전된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추석 전 타결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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