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관 편집국장

현대차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난항을 이유로 26일, 12년만에 전면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또 이번주 내내 6시간 부분파업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대차노조가 지금 벌이고 있는 초강도 파업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에 대해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현 지부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후 회사측과의 첫 상견례 바로 다음날 파업을 벌여 입방아에 올랐던 장본인이다. 박유기 지부장의 그런 스타일을 비춰볼 때 최근 잇단 파업에 대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는 비아냥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러나 노동전문가들은 작금의 경제상황은 한가하게 파업잔치를 벌일 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수가 18만 2천명에 달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수준에 육박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각종 선행지수와 지표가 지난 외환사태와 매우 흡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미국이 연일 금리인상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등 악재가 대내외에 산재해 있다. 우리나라가 차생산 ‘글로벌 5위’에서 12년만에 6위로 추락했다는 비보까지 들린다. 오비이락(烏飛梨落)격으로 ‘빅5’ 탈락에 현대차 노조가 일조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현대차노조는 고도성장기에 마치 기계취급을 받으며 살았던 과거 60~70년대 노동자와 같은 처지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역사의 거울에 오늘의 노동운동을 비춰보길 바란다. “일자리를 얻을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다”는 어느 구직자의 고백을 구태여 인용하지 않더라도 수많는 취준생과 구직희망자가 취업난에 허덕이는 오늘날 현대차는 신도 부러워한다는, 최고 선망의 직장이 아닌가. 평균 연봉 1억원에 국내 최고 수준의 복지혜택을 누리는 현대차 근로자가 이마에 붉은 띠 두르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노동해방을 외치는 그들의 투쟁구호가 과연 지금도 그토록 절실한 것인지, 가식은 없는지 한번쯤 뒤돌아보라. 반면, 일반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경기불황 속에서 회사의 존속도 담보 못하는 현실속에 임금 인상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회사가 망해 그나마 있는 일자리마저 잃으면 어쩌나 그런 고민에 빠져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있는 근로자가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오로지 자기 몫(정당한 몫인지는 차치하고)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때만 되면 도지는 귀족노조의 돈타령에 이제 신물이 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현대차노조가 제대로 상황판단을 못한다면 회사는 차라리 국내공장 문을 닫고 해외로 이전하라. 역설적인 이야기일지 몰라도 현대차 해외 현지공장에서 생산한 차를 들여와 파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면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그게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차를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도 마다할 리 없기 때문이다. 환경이 그만큼 바뀌었다는 얘기다. 임금은 국내외 동종업계 최고 수준인 반면, 생산성은 전 세계 공장 중에서 꼴찌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한계치에 와 있는데도 이러한 사실은 애써 외면하며 허구한 날 “돈타령”이니 실로 안타깝다.
  
노조가 자신들의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파업할 때마다 현대차는 물론, 협력업체들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회사는 노조의 30차례 파업으로 그동안 총 11만 4,000여 대 생산차질과 금액으로 2조 5,000억원의 손실을 빚었다. 손실금액으로는 역대 최고다. 부품업체들 역시 1조원을 훌쩍 넘는 손실을 입었다. 약 5,000개가 넘는 2차, 3차 협력업체는 현대차 생산라인이 멈추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생산 물량을 줄일 수 밖에 없어 그 피해는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회사는 당장의 파업을 막아보려고 그동안 파업, 특근거부 등으로 입은 임금손실을 적당히 벌충시켜 주는 고식지계(姑息之計)식의 협상을 해선 안된다. 이는 올바른  교섭문화에 역행하는 일이다. 당장의 파국을 봉합해보자는 식으로 어물쩡 넘어간다면 현대차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노조 역시 회사를 상대로 협상을 벌일 때 요구사항에 대한 논리를 명확히 펼쳐라. 논리가 명확하다면 회사도 거부할 명분이 약해진다. 그렇지 못하고 파업이라는 물리력만을 앞세워 회사를 압박한다면 스스로의 논리가 궁색함을 말하는 것이며 진실이 없다는 자기증거이다. 교섭권, 체결권을 위임받은 노조대표가 회사와 잠정합의까지 해놓고도 또 다시 파업을 벌이는 것은 본분을 망각해도 한참 망각한 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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