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경찰특공대에서 서울경찰청이 진행한 사제총기 위력시험에서 총격범 성병대가 사용한 것과 유사하게 제작된 사제총기가 불을 뿜으며 총알을 발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총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사람 피부와 비슷한 젤라틴 34㎝ 뚫어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펑!" 하는 폭발음이 고막에서 채 가시기도 전에 맥주병 목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부서져 내렸다.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에서 사제 총기로 경찰관을 살해한 성병대(46)씨 무기는 그 위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27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서초구 경찰특공대 권총종합사격장에서 언론 입회하에 '성병대 사제 총기 위력 실험'을 했다.

국과수는 성씨가 사용하거나 만들어 놓은 사제 총기를 위력 실험에 사용할 경우 증거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 똑같은 재료를 똑같은 원리로 조립해 실험용 모형을 제작했다.

알루미늄 파이프가 총열 역할을 했고, 놀이용 폭죽에서 꺼낸 화약이 파이프 안에 채워졌다. 여기에 쇠구슬을 흘려넣는 식으로 제작됐다.

사제총기 위력 시험
사제총기 위력 시험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경찰특공대에서 서울경찰청이 진행한 사제총기 위력시험에서 총격범 성병대가 사용한 것과 유사하게 제작된 사제총기가 맥주병을 깨트리는 위력을 나타내고 있다.

성씨는 이같은 파이프를 30∼40㎝짜리 나무 막대에 10개가량 둘러 감싼 다음 손잡이를 붙여 연발이 가능하게 했었다.

국과수는 이 파이프를 1개씩만 길이 약 50㎝짜리 철제 막대에 케이블타이와 테이프로 고정해서 모형을 완성, 실험했다.

화약 양을 0.5g, 0.8g, 1.1g씩 다르게 해서 3번씩 총 9발을 실험 발사했다. 위력을 정확하게 계측하기 위함이었다. 실제 성병대는 1.0∼1.2g의 화약을 사용했다고 한다.

실험 발사를 앞두고 "이상한 데로 튈 수 있으니까 옆쪽에 계신 분들은 조심하라"며 국과수 관계자들이 큰 소리로 경고하자 현장에는 적막과 함께 긴장감이 흘렀다. 군대 사격장에 맞먹는 분위기였다.

"점화하겠습니다!"

국과수 연구원이 큰 소리로 외친 다음 라이터로 심지에 불을 붙이자, '치지직' 하는 소리가 2∼3초 들리다가 '펑!' 하고 큰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탄속 계측 장비 뒤쪽에 세워놓은 맥주병의 목이 사라져 있었고, 곧바로 시큼한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감탄사와 함께 "저거 맞으면 목숨이 위태롭겠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경찰과 국과수 관계자들도 웅성거리며 바삐 메모하고 사진을 찍었다.

9번의 발사 실험에 이어서, 총구로부터 3m 거리에 사람 피부·근육과 비슷하게 만든 젤라틴 블록을 세워 두고 관통력 실험이 이어졌다.

실험 결과, 두께 47㎝짜리 젤라틴 블록의 약 72%인 34㎝ 부분까지 쇠구슬이 뚫고 들어갔다.

국과수 총기연구실 관계자는 "9㎜ 피스톨이나 0.38인치 리볼버 같은 기본 권총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 "거리 등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급소에 맞힐 경우 살해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10m 거리에 사격용 원형 과녁을 놓고 쇠구슬 3개를 한 파이프에 집어넣어 격발 실험을 한 결과, 쇠구슬은 각각 7점·6점·4점 부분을 관통했다.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성병대의 흉탄에 맞아 숨진) 고(故) 김창호(54) 경감은 총기로부터 6∼7m 거리에 있었다"면서 "성병대는 유튜브에서 사제 총기 제작법을 익혔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이날 실험 결과를 정밀 분석해 그 결과를 증거로 쓸 수 있도록 경찰에 전달한다. 프로파일러를 투입하는 등 다각도로 성씨를 수사한 경찰은 28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불길 뿜는 사제총기 위력
불길 뿜는 사제총기 위력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경찰특공대에서 서울경찰청이 진행한 사제총기 위력시험에서 총격범 성병대가 사용한 것과 유사하게 제작된 사제총기가 불길을 뿜으며 맥주병을 깨트리는 위력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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