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광장에서 박근혜 정권퇴진 울산시민행동이 열려 시민과 노동자 등 7,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며 촛불을 들고 롯데백화점에서 롯데마트까지 행진했다. 안시현 기자 mot_ash@iusm.co.kr

“어떻게든 치열하게 살아가는데…” 정유라 특혜 강력 비판
 고교생 “우리학교 학생회가 더 정치 잘해” 정치권에 일침
 전국 70여개 도시 동시다발… 주최측 추산 95만명 참여
 26일 울산 집회는 청소년이 직접 기획한 촛불문화제로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들불처럼 번진 촛불은 전국 곳곳에서 타올랐다.

지난 19일 오후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는 촛불문화제가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렸다. 오후 3시께부터 삼삼오오 모여든 시민들은 광장을 넘어 통제된 도로 가장자리까지 빼곡하게 자리잡았다. 이날 광장에 모인 인파는 주최측 추산 7,000여명으로 이번 사태가 불거진 이후 최대 규모다.

유모차에 어린 아이를 태운 가족, 데이트하는 연인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했는데, 특히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최근 수능을 마친 수험생도 상당수 참여했다.

사전 행사로 열린 청소년·대학생 대회에서 이어진 학생들의 자유발언은 지나는 시민의 발길을 잡았다.

“며칠 전 수능을 망쳤다”는 무룡고등학교 여학생은 “그동안 여러 집회에 나서면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금 먼 미래는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길 바랐다”면서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이번에는 집에서만 지켜봤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구미의 한 아주머니가 ‘거리에 나온 100만명 말고 나머지는 박근혜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하는 걸 보고 그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윗세대가 세상이 이렇게 될 때까지 가만히 놔둔 것이니, 우리가 이제 바꿔야 한다”고도 말했다.

대학에 들어가고도 다시 수능을 치는 이른바 ‘반수생’인 울산과학대학교 남학생도 발언대에 올랐다. “우리는 어떻게든 치열하게 살아가는데, 하고 싶은 것 참으면서 살아가는데, 그런 것들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있더라”며 최순실씨와 정유라씨 등 특혜권력을 비판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UNIST 학부총학생회 두경서 회장도 참여해 “누구는 몇년간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는데, 누구는 부모를 잘둬서 말 타고 대학 들어간다”면서 “누군가는 왜 우리가 낸 세금으로 자기 주머니를 채우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통령은 우리를 위해 일할 사람을 위한 자리”라며 “친척, 친구를 위해 일하라고 준 자리가 아니다”라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효정고등학교 여학생은 “박근혜가 불쌍하다는 사람들에게 말한다”며 “자신들의 표 때문에 이 나라가 이 꼴이 돼 자괴감이 든 당신들이, 열심히 해도 안되는 이 나라에 사는 우리가 불쌍하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정치권에 “우리학교 학생회가 더 정치를 잘한다”며 일침을 놓기도 하고 “우리가 지치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는데, 우리는 지치지 말고 매일 새로 화를 내고 마음을 모으자”며 독려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탈을 쓴 이들이 대형 박을 들고 있으면 분노의 흙주머니를 던지는 퍼포먼스 등 다양한 행사도 마련돼 간간이 웃음을 선사했다.

이날 행사는 달동사거리까지 왕복 4.6㎞ 구간을 돌아 행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집회는 전국 7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당초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주최측 추산 100만명이 모인 사상 최대 촛불집회 이후 숨고르기 차원이었지만 전국적으로 주최측 추산으로 95만명에 달했다.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한 행사에는 60만명이 집결했다. 

이날 ‘박근혜는 범죄자다’, ‘범죄자를 구속하라’ 등 구호가 등장하면서, 사실상 피의자로 규정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난 강도는 거세졌다.

한국노총도 이날 서울광장에서 주최측 추산 5만명이 참가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현 시국을 개탄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도 1만5,000여명이 참가해 촛불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던 대통령이 또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도심을 행진하고 박 대통령의 퇴진과 새누리당의 해체를 외쳤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발언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지역구인 강원도 춘천에서는 7,000여명이 모여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김 의원의 지역 사무실까지 행진해 항의집회를 이어갔다.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는 3만여명이 모여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횃불을 켰던 ‘민주성회’를 재현하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2만여명, 대전에서는 3만여명, 경남 창원에서도 1만여명이 모여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등 서울을 제외한 대도시와 중소도시에서 35만명 이상이 모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6일 예정된 5차 주말 촛불집회는 서울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열린다. 울산에서는 롯데백화점 광장 일대에서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한 촛불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주성미 기자 jsm3864@iusm.co.kr·일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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