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 "김현숙 靑수석, 홍완선 본부장 연임 종용" 주장
특검, 삼성-국민연금-최순실 관계 '제3자 뇌물' 규명 주목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주도한 국민연금 인사의 연임 문제에 현 청와대 수석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향후 특별검사의 수사에서 삼성과 국민연금, '비선 실세' 최순실(60)씨 사이의 '커넥션'이 드러날지 관심을 끈다.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삼성이 최씨 일가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한 배경에 그룹의 중대 사업이던 '삼성물산 합병' 성사가 자리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은 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지난해 10월 11일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을 연임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홍 전 본부장은 거센 논란을 몰고 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을 주도한 인사다.

삼성물산 최대 주주이던 국민연금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던 두 회사 합병에 찬성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를 경유하지 않고 찬성표를 던진 사실이 알려져 뒷말이 무성했다.

이런 가운데 최씨가 국정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되고, 삼성이 스포츠를 매개로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삼성 쪽에 유리한 결과를 만드는 데 최씨나 청와대의 역할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삼성은 최씨와 딸 정유라(20)씨가 독일에 세운 코어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하고 정씨를 위해 독일에 승마장을 산 의혹 등을 받는다. 지난해 9월께 회사 명의 독일 계좌로 보낸 319만 유로가 최씨 측에 전달된 의혹도 있다.

최씨가 사익을 목적으로 조카 장시호(37·구속기소)씨를 앞세워 설립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전자가 16억여원을 지원한 사실도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각종 지원에 대해 "적절치 못하게 지원한 점이 있었다"면서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무엇인지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런 삼성의 지원과 삼성물산 합병 사이 관계를 파악하려 삼성그룹과 국민연금 등을 압수수색하고, 최광 전 이사장과 홍완선 전 본부장,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등 관련자를 줄소환했다.

지난달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정부 관계자가 홍 전 본부장을 연임하도록 요청해 왔다"는 최 전 위원장의 폭로도 나왔으나 구체적인 인물과 경위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특검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이 부분 결론을 내지는 못한 가운데 김현숙 수석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그에 대한 조사가 우선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정 장관과 함께 최 전 이사장을 만난 경위와 '압박' 주장에 대한 입장, 청와대 내부에서 관련 논의나 지시가 있었던 건 아닌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행동이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전적 지원'과 '경영상 민원'의 상관관계는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측에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을 검토하기 위해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을 입증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부정한 청탁이 확인되면 뇌물의 '대가성'으로 연결된다.

한편 청와대는 당시 김 수석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간에 기금이사 연임 문제를 두고 갈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원만한 해결을 요청했을 뿐 홍 전 본부장의 연임을 종용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정 장관 역시 대변인을 통해 "청와대 수석과 복지부 장관이 홍 전 본부장 연임과 관련한 최 전 이사장의 의견을 듣고 나누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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