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시민단체 "예산 불평등 배정, 차별성 없는 K-팝 행사"
2017년도 부산시예산안 심의에서 시의회와 부산시가 한류 축제인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을 놓고 충돌했다.
8일 예산심의 중 정회에 이어 9일에는 심의시작이 지연되는 등 이틀째 정회와 속회를 반복했다.
논란이 된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은 지난 10월 1일부터 23일까지 아시아드주경기장, 벡스코 등지에서 올해 처음으로 열린 행사다.
이 행사는 서병수 시장이 취임후 가장 애착을 가지고 추진하는 사업이어서 문화계 일각에서는 '서 시장 축제'로 부르기도 한다.
이 축제는 지난해 10월 기획단계부터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우선 단일 축제에 100억원이란 큰 돈이 들어간다는 점과 부산에 같은 시기 아시아송페스티벌(10월 8∼9일)이 열리고 전국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축제가 많다는 점 때문이었다.
올해 처음 열린 이 행사에 부산시 예산만 45억원이 들어갔다.
애초 계획 때는 시비 30억원, 국비 30억원, 민간투자 40억원이었다. 그러나 국비를 9억원 확보하는 데 그치고, 민간투자(현물, 협찬금 등)도 이뤄지지 못하자 시비를 45억원으로 늘려 총 83억원으로 행사를 치렀다.
시는 민간투자 부분 중 민간협찬 목표를 15억원으로 잡았지만 부산은행 등 4개 업체에서 4억원을 협찬받는 데 그쳤다.
시는 축제후 결과보고에서 축제기간 부산을 방문한 관람객은 외국인 3만2천812명을 포함해 모두 25만2천927명으로 집계, 당초 15만명으로 잡았던 관람객 목표를 69%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시의 평가는 자화자찬 평가라는 지적이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시와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이 행사와 관련한 정보공개청구 자료, 질의서, 의견서 등을 토대로 시민연대가 축제를 사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한류를 활용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신한류 브랜드를 창출하는 것이 이 행사의 목표였지만 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축제가 전체 비용의 3분의 1이 투입되는 K-팝 중심의 행사로 흐른 데다 부산 만의 특색있는 콘텐츠가 없는 축제였다고 평가했다. 전국 어디서나 열리고 있는 K-팝 행사와 차별성이 없는 천편일률적인 행사였다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 3만2천여명도 실제 비행기나 배를 타고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인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부산 문화계에서도 이 축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달 29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2016부산비엔날레 폐막기자회견에서 한 인사는 "비엔날레에 지원하는 부산시 예산은 원아시아의 4분에 1에 불과하지만 관람객은 훨씬 많았다"며 "문화예산 배정에 나름대로 어떤 원칙이 있어야 하는 데 한쪽에 치중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올해 부산비엔날레에는 31만5천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예산은 12억9천여만원으로 원아시아의 29%에 불과하다.
원아시아페스티벌에 대해 각계에서 비평의 목소리가 나오자 부산시의회도 시의 내년 예산편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주당 정명희 의원은 8일 오후 예산심의에서 김병기 문화관광국장을 상대로 "올해 행사 때 국비지원이 당초 계획과는 달리 대폭 삭감되고 티켓발매, 협찬도 저조했다"며 "그런데도 지난 대회와 같이 45억원을 편성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 질문을 피해가던 김 국장은 답변과정에서 갑자기 "이 자리가 검찰수사를 받는 자리도, 청문회 자리도 아닌데 의회가 왜 그러느냐"고 발언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김 국장은 이어 "부산시의회는 이렇게 (회의를)진행하는 것이 맞습니까"라며 의회와 질의의원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동료 시의원들이 김 국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 고성과 언쟁이 오가면서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정 의원은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자료를 분석하고 시민을 대신해 질의를 하는 데 '의회가 이런 식이냐'고 말하는 것은 저의 많은 노력과 시간을 의미없게 만드는 것"이라며 "더 이상 질의를 하지 않겠다"고 질의 중단을 선언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회의장을 나갔다.
같은 당 시의회 전진영 의원은 김 국장의 답변태도에 항의, 9일 예산심사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축제는 케이팝(K-POP) 공연, K-뷰티, K-푸드, 한류스타특별전, 뮤직플랫폼, 콘퍼런스, 공연, 전시, 체험, 이벤트 등 한류 마케팅을 활용한 종합축제 형식으로 꾸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