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도 평화롭고 경찰들도 '나이스'하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직접 쓰레기를 줍는 팀 버드송씨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10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7차 촛불집회에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모두 내외신 보도로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소식을 시민들 못지않게 자세히 알고 있었다.

이들은 국내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의 모습에 이구동성으로 찬사를 보냈다.

영어 강사인 캐나다인 브렌든 콜린스(24) 씨는 "수백만의 사람이 거리로 몰려나오는데도 큰 사고 없이 정돈되고 차분한 시위를 하는 걸 보면서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콜린스 씨는 "외국인으로서는 좀처럼 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라면서 "어지러운 정국에서 안정적이고 평화적으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는 '좋은 생각(good idea)'"이라고 추켜 세웠다.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을 바로 잡으려는 시민의 노력에 몸과 마음으로 동참하는 외국인도 있었다.

업무 때문에 한국을 찾았다가 촛불집회에 참가했다는 브루스 맘젠(55) 씨는 "한국이 역사적 사건을 겪고 있는 것 같아서 안 올 수 없었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맘젠 씨는 "기업이 정부와 밀착했고 정부는 국민이 아니라 기업을 위해 일했는데, 이를 많은 시민이 되돌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흥미롭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맘젠 씨는 "시위대가 모이면 사고를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 사람들은 평화롭다"며 "경찰들도 호의적이고(nice), 시위 전체가 기념행사(celebration) 같은 분위기"라고 호평했다.

맘젠 씨의 아들인 매튜 맘젠(24) 씨는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똑바로 해야 민주주의가 성장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며 한국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촛불집회가 무르익을 무렵, 광화문 광장에는 손수 쓰레기를 치우는 외국인의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미국에서 와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인 팀 버드송(62) 씨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집게로 땅에 떨어진 휴지들을 주워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홍익인간' 정신에 매료됐다는 버드송 씨는 "이기심이 이 모든 사태를 일으킨 원인 중 하나"라며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정신이 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버드송 씨는 "한민족의 근원인 단군의 정신이 잊혀져 있었다"며 "한국의 다음 지도자는 '홍익인간' 정신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미국인 매튜 맘젠(왼쪽), 브루스 맘젠(오른쪽)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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