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란
울산경제진흥원 창업일자리팀장

2015년부터 대학생들 사이에서 ‘수저계급론’이란 키워드가 등장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쇠수저, 흙수저로 자녀들의 사회적 지위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우리사회에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되어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는 신분상승의 기회가 더 이상 주어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젊은 세대들의 절망이 표출된 단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어떤 이들은 노력도 해 보지 않고 자기 환경을 탓하는 패배의식에 젖어 있다거나 물질만능주의적인 사상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2012년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OECD국가들과 비교해 정확히 중간정도의 소득불평등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 2015년말 동국대 김낙년 교수의 ‘한국의 부의 불평등 2000~2013 보고서’에서는 2010년 현재 우리나라 상위 10%의 자산비율이 66%인데 비해 미국과 영국은 각각 76.3%와 70.5%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보다 자산 집중도가 높게 나타났다. 아직 서구사회에는 우리보다 계층이동이 더 어려운 나라들이 많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문제는 2000~2007년엔 상위 1%가 전체 부의 24.2%, 상위 10%가 63.2%를 차지했는데, 2010년에서 2013년 사이 이들의 자산 비중이 각각 1.7%p와 2.8%p씩 올라가 부의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수저계급론 논란은 단순히 인식의 문제이고 우리 청년들이 실제보다 더 비관적으로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 팩트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지표를 고려했을 때 앞으로 현실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소위 수저계급론에 몰두하고 있는 절망에 빠진 세대에게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합당한 사회적 지위를 획득할 공정한 기회를 보여줄 방법은 없을까? 

앞서 언급한 사회적 역동성이 떨어져 계층이동이 쉽지 않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자수성가 하여 수천억대 자산가가 된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 세계의 최고 억만장자들은 모두 자수성가한 창업기업인들이다. 중국의 최고 부자인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 일본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도 빼 놓을 수 없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지 않고 자신의 노력으로 기업을 스스로 일군 사람들이다. 인간의 능력과 노력의 여하에 따라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는 ‘창업’이라는 계층 이동 사다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부의 양극화 현상을 심각한 문제로 겪고 있는 선진국들은 사회의 역동성을 유지하고 능력있는 사람에게 정당하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창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 라에도 카카오, 네이버, 넥슨, 우아한 형제들 등 맨손으로 시작해 큰 손이 된 창업기업들이 속 속 생겨나고 있으며 창업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시도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창업 지원정책은 ICT, 디자인, 식품, 패션, 농업 등 분야별로, 그리고 창업 초기와 성장단계,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단계별로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최근에는 청년, 중장년, 장애인, 여성, 외국인 등 대상별로 특화해 지원하기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대상자를 선발하는 기준은 후천적인 자본에 의해 형성된 학력이나 재산, 성적, 사회적 자본 등에 의한 것이 아닌만큼, 일단은 ‘흙수저’라 자처하는 이들에게도 활짝 열려있다. 심지어 온라인으로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창업가능성을 타진하는 서비스까지 개설되어 위험을 최소화 하면서 창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는 대부분의 국민들에제 주어져 있다. 울산청년창업센터에서 육성한 창업자 중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일구고 있는 대표들도 많은 공부를 하거나 집안이 유복한 이들이 많지 않다. 창업은 개인의 능력과 노력 없이 부모가 깔아준 멍석 위에서 적당히 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지고 창업을 시도하는 청년들에게, 가진 재산이 없더라도 결코 ‘흙수저’가 될 수 없으며 이미 사다리를 가졌으니 올라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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