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쉽게 취소못해" 발언에 "말바꿨다" 공세…이재명·박원순도 날세워
文측 "충분히 논의하잔 것"…潘 귀국 맞물려 중도공략 분석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가 16일 당 안팎으로부터 호된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여권에서 "말을 바꿨다"는 비판이 나온 것에 더해 같은 야권의 대선주자들도 문 전 대표에게 각을 세우면서 사드배치 문제가 대선국면의 주요 전선으로 부상할 것임을 예고했다.

문 전 대표 측은 "다음 정부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자는 것이지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다"라는 해명했으나 대선지지율 1위 주자를 겨냥한 공세의 열기는 쉽사리 사그러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과 맞물려 야권 대선주자들도 안보이슈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논의는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의 발언 가운데 논란이 된 것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 간 이미 합의한 사드배치를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문 전 대표는 사드배치에 반대하더니 말을 바꿨다"고 하고, 바른정당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준비회의에서 "문 전 대표가 현실론을 내세워 입장을 바꿨다"고 하는 등 여권의 공세가 쏟아졌다.

더 큰 문제는 같은 야권의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재인 고문께 묻습니다. 사드 관련 입장은 왜 바뀌셨습니까?'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드는 일방적으로 미국에 이익될 뿐 한국안보에는 크게 도움이 안되고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피해가 크다"며 "사드 관련 입장이 왜 바뀌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서 "미국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는 지도자가 어찌 국익을 지킬 수 있을까요"라며 "정치적 표를 계산하며 말을 바꿔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이 시장과 박 시장의 이 같은 비판에는 대선을 앞두고 '선명한 진보'를 앞세워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금 추세라면 진보 지지층이 문 전 대표에게 결집하면서 '대세론'이 굳어질 수 있는 만큼, 사드배치 문제를 연결고리로 진보층 지지자들을 자신들에게 끌어오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파상공세 속에 문 전 대표 측은 일단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다"라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김경수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차기 정부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결정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주변국들의 설득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기존 입장에서 물러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이나 박 시장의 반발에 대해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을) 너무 과하게 받아들인 것 아니냐"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당분간 안보 메시지에서 기존보다 '우클릭' 하는 중도공략 행보를 계속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이 귀국한 상황에서 흔들리는 중도층 표심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안보 이슈에 있어 안정감을 보여주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선이 다가올 수록 "사드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느냐"에 대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답변을 해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지난 11일 사드 문제와 관련해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 정부간 협상을 통해 결정한 것은 그것대로 존중하겠다는 것이 저의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야권내 잠룡간 경쟁에서 사드문제를 두고 '현실론이냐, 선명성이냐'의 대립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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