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환
울산광역시 중구의회 의장

요즘 대한민국의 주요 화두 중 하나가 바로 ‘광장’이다.

많은 국민들이 광장에 모여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촛불’이란 매개체를 내세워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고 나아가 올바른 국가의 가치관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는 의회로 대변되는 간접민주주의의 큰 틀 속에서 ‘광장’이라는 직접민주주의가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처럼 사람이 모여 소통하고 교류하며 폭발적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는 요즘의 ‘광장’에 대해 정치적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의 충돌을 떠나 오늘은 동서양의 문화 속에 내재돼 있는 ‘광장’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흔히 서구문명으로 대변되는 유럽에서 광장을 자주 대면할 수 있다. 

유럽은 광장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로마의 스페인 광장이나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파리의 콩코드 광장 등 이름만 들어도 한번쯤 가보고 싶은 광장이 도시마다 하나쯤 있으며 심지어 작은 마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광장의 기원을 두고 과거 로마시대 전쟁을 이긴 장군이나 황제를 환송하기 위한 곳이라는 설과 그리스시대 토론의 공간이 시초라는 설, 성당과 같은 종교시설을 건축하기 위해 자제를 부수고 난 뒤 생긴 공터가 그대로 광장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기원이야 어찌됐든 광장문화는 유럽인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아 이젠 삶의 일부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장은 응축하고 퍼지는 힘이 있다. 중앙에는 항상 무언가를 상징하는 오벨리스크나 동상, 혹은 분수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둥글거나 네모난 모양을 띄고 있다. 그리고 그 둘레를 음식점이나 호텔들이 둘러싸며 방사형처럼 퍼져 나간다.

덕분에 광장은 무언가에 집중하기 좋다. 누군가를 환송하거나 토론하기 위한 장소로 최적이며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참여하기 좋은 장소다. 때문에 정치를 대변하는 장소, 혹은 민심을 대변하는 장소로 광장이 심심찮게 활용된다.

하지만 동양은 광장이 아닌 거리 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우리나라만 봐도 인사동길, 삼청동길, 가로수길, 북촌, 서촌 등 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거리’다.

태국이나 필리핀 등 가까운 동남아시아 역시 거리를 중심으로 야시장도 형성되고 먹자골목이 유명세를 타듯 거리가 곧 관광지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광장과 거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광장은 모이고 정체되고 응축되는 힘이 있다면 거리는 순환하고 흐르고 시시각각 변하는 매력이 있다.

인위적으로 사람을 모이게 하고 멈추게 하는 힘보다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유연함이 배어 있다. 어쩌면 이것이 동양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한 때 전국의 각 자치단체들이 앞 다퉈 광장을 조성하는 일에 혈안이 돼 있었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선진지 견학을 빌미로 유럽 곳곳을 누비며 광장을 답습하고 모방하고자 노력했다.

마치 광장만 있으면 많은 이들이 모일 것 같고 도시가 활성화 될 것 같은 착각 아닌 착각을 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광장은 초기 조성비용이 과도하게 들고 무엇보다 좁은 도심에서 해당 부지를 찾는 일이 만만치 않다.그래서 광장은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런 측면에서 얼마 전 중구가 도시재생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한 ‘중구로다(中具路多)’사업은 환영 받을 만하다.거리를 중심으로 원도심의 상권을 살리는데 주력하고 유동인구를 늘려 사람이 걷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심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개장 한달여 만에 누적방문객 78만명을 넘어선 울산큰애기 야시장 역시 그 기본 틀은 거리에서 출발했다.  

중앙전통시장을 매개로 인근 젊음의 거리와 문화의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 중구의 원도심이 거리와 그로부터 잔가지처럼 얽혀있는 골목길로 형성돼 우리 동양이 가진 거리문화의 매력을 충분히 품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광장이라는 앞선 욕심을 내세우기 보단 ‘거리’가 지닌 매력을 십분 살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어쩌면 중구의 거리가 곧 우리 종갓집의 경쟁력이자 구민들의 자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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