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대문 꼭 꼭 잠근 길가의 네모난 집
표정도 없는 얼굴 하늘빛도 수상하다
우울한 오늘 암호는 동전 혹은 지폐다

그 집의 초인종은 언제나 경쾌하다
목줄을 타고 넘다 울컥 멎는 응어리로 
진갈색 전율이 인다 보고 싶다 문득 네가

날(刃) 세운 겨울바람 채 써는 삶 행간 앞에
손끝을 데워가는 일회용 따끈함이
어둠은 도시의 새벽을 가뿐가뿐 엎는다

 

◆詩이야기 :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과 낯섦을 눙치고 동전 몇 푼으로 어색한 침묵을 향기로 메워준 낭만적 매개다. 자판기 커피의 대명사 싸고 편한 믹스 커피 만남에 빠질 수 없는 여유까지도 선사해주는 자판기, 그대는 오늘도 네모난 집에서 기다림의 자세로 서 있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향기 더욱 그립다. 잊었던 고향 하늘도 찻잔에 와 머무네!
◆약력 : 울산에서 태어난 이수자 시인은 <화중련> 신인작품상, 샘터시조상 장원, 한국시조시인협회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가람이병기시조공모전 차상, 울산시조백일장 장원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집 ‘마디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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