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 씨와 최 씨 조카 장시호 씨,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의 직권남용 공모혐의에 대한 첫 재판이 17일 열렸다. 

첫 재판정에 오른 세 사람은 '각자도생'을 꾀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데 주력했다. 자신들 죄를 조금이라도 면탈하기 위해서 이모, 조카도 없었고 한창 잘나갔을때 비선실세와 후원자(하수인) 관계도 거추장스러웠다. 

재판정에 먼저 입장한 장시호 씨는 사복차림으로 나왔다. 재판이 끝난 뒤 장 씨는 왜 수의 대신 사복을 입었냐는 물음에 "미결수여서 반드시 수의를 입지 않아도 된다"며 "(집에서 지켜볼)아들 때문에 사복을 입었다"고 말했다. 엄마가 범법자라는 사실을 감추고 싶은 모정이었을까?

이어 김종 전 차관이 곳곳하게 목을 세웠지만 약간 흐트러진 자세로 입장했고 뒤이어오른쪽 손을 주먹쥐고 눈, 코, 입을 가린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다.

최 씨는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는 동안 고개를 숙였다가 사진 취재가 종료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들고 편안한 자세로 돌아 왔다. 구치소 생활에 완전히 숙달된 듯 했다. 

재판장의 질문에 또박또박 답변 했고 변호사와는 수시로 상의했다. 재판때마다 그런 모습을 보면 그의 '멘탈'이 궁금해진다.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세 사람 측 변호인들은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생존을 위한 '3각 전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먼저 조카 장시호 측. 장 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가 삼성으로부터 16억여 원을 받은 것과 관련 김종 전차관, 최순실 씨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모혐의를 전부 시인했다.

직권남용 혐의를 주도한 사람은 최씨와 김 전 차관, 그리고 박 대통령이고 자신은 그들의 혜택 언저리에 있는데 불과했기 때문에 차라리 혐의를 자복하고 형량이나 감소받자는 전략으로 보였다.

검찰 측은 영재센터에 보관중인 금고를 압수해 김 전 차관이 문체부에서 빼낸 비밀자료들을 공개했다. 이 자료들은 파일안에 보관돼 있었고 그 파일 겉장에는 'Mr 팬다(팬더) 서류'라고 적혀 있었다. 

◇ 김종 전 차관의 별칭들 '골든 벨, Mr 팬다' 

장씨는 김종 전 차관을 'Mr 팬다'로 불렀다고 한다. 두 사람은 한두 번 만나본 사이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에서 김 전 차관의 별명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사실상 최씨의 소유인 '더블루케이' 대표 조성민 씨는 김 전 차관을 '골든 벨'로 별칭했다. 검찰이 공개한 조씨의 일정 중 지난해 2월 25일엔 '골든벨 미팅'이 적혀 있었다.

검찰은 이를 두고 "조 씨가 김 전 차관을 한자로 '금종(金鐘)'에서 '골든벨'로 바꿔 저장해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 측은 영재센터 삼성 지원을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안종범 전 수석의 지시때문이라고 청와대와 최순실 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김 씨 변호인은 "김 전 차관이 삼성에 강요해 16억 원을 영재센터에 후원하도록 협박한적이 없다"며 "안 전 수석 메모를 보더라도 청와대가 삼성과 직접 소통해 건네진 돈"이라고 강조했다. 그 같은 사실은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에서도 입증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청와대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선 최순실 씨 측 변호인은 "영재센터는 (조카인)장시호와 김동성(스케이트선수)이 먼저 은퇴선수 재능기부 차원에서 동계스포츠 선수육성을 위한 취지에서 설립 된 것"이라며 "최 씨는 설립 취지에 동감해 도와 줬을 뿐'이라고 잡아뗐다. 

16억 원 후원에 대해서도 "김 전 차관에게 운영에 대한 후원을 알아봐달라고 했지만,삼성이나 여타 기업을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김종과 공모한 적이 없고 조카(장시호)가 김종과 공모해서 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최 씨 측은 특히 "장 씨가 영재센터의 실질적 오너였다"고 조카를 완전히 코너로 몰았다. 법정에서는 조카도 이모 관계도 중요치 않아 보였다. 

재판에서는 또 '최원장, 최 대표, 선생님' 등에 이어 최 씨의 또다른 별칭이 등장했다.

압수된 장 씨 소유의 서류에서 '대빵 드림'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최 씨 지시로 장시호씨 직원이 작성한 문서였다. 대빵은 장시호 씨가 이모 최순실 씨에게 붙여준 이름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장 씨가 실질적 오너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을 달리했다.

검찰 측은 "최 씨 측이 지적한 내용은 대부분 수사 초기 장 씨에 관한 부분을 판단한 내용들"이라며 "이후 조사가 심화하면서 대부분의 업무지시나 중요한 결정은 장 씨 위에 최 씨가 있다는 게 확인됐다"고 맞섰다. 

검찰은 중요한 결정은 "최 씨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을 향후 증인신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입증하겠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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