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생물학자는 서울 까치가 시골 까치보다 모든 면에서 ‘약골’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당연한 얘기다. 소음 공해, 대기오염에 있어 서울과 시골은 비교가 안된다. 미국의 어느 의학자는 한 곳에 갇혀 사는 쥐는 스트레스가 쌓여 위궤양을 일으키며 암까지 발생한다고 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인 쥐끼리 싸움을 붙여 적당히 스트레스를 풀게하자 암에 걸이지 않았다. 

A4용지 한 장 크기도 되지 않는 케이지 속에서 옴짝달싹못하고 알을 낳는 닭. 현행축산법을 보면 알 낳는 닭을 기준으로 1마리의 최소 사육 면적은 A4용지(0.062㎡) 한 장도 되지 않는 0.05㎡다. 축산 당국이 양계농장을 일일이 조사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기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수면주기를 짧게 하거나 강제 털갈이 등으로 계란 생산량을 늘리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자라는 닭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내성도 극도로 약해져 AI(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전염병이 유입되면 삽시간에 번지게 된다. 

철제감금틀에 갇혀 출산을 반복하는 돼지, 평생 비좁은 축사안을 맴돌며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돼지 사육농가에서는 새끼를 낳는 어미돼지를 가로 60cm, 세로 210cm 정도의 ‘스톨’이라는 철제감금틀에 가둬놓고 인공수정과 출산을 반복한다. 운동능력이 퇴화해 풀어줘도 움직이지 못한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서로 공격하는 돼지는 앞니를 뽑아버리기도 한다. 

닭의 케이지 사육이나 돼지 스톨 사육은 유럽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금지된 사육방식이다. 보통 큰 우리에 풀어놓고 기르는 소 역시 축사밀집도면에서 나을게 없다. 이런 밀식 사육은 일단 전염병이 돌면 대규모 피해를 면키 어렵다. 올겨울 AI에 이어 구제역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살처분에만 의존하는 방역체계도 문제지만 거대한 공장처럼 운영되는 밀식 사육방식이 근본원인이다. 이미 도입된 ‘동물 복지 인증제도’실천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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