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올바른 정치는 정명(正名)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정치 선진국의 정당이름은 짧게는 50년 길게는 200년을 바라본다. 미국의 공화당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겪고도 당명을 바꾸지 않았다. 남북전쟁에 패했던 민주당도 200년 가까이 같은 이름을 지켰다.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독일 사민당(SPD)도 100년이 넘도록 당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집권 자유민주당(自由民主黨)도 창당 이후 60년 넘게 이어져왔다. 대만의 중국국민당(中國國民黨)도 1919년 창당 당시 당명을 그대로 지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의 정명은 허울뿐이다. 선거때만 되면 어지러울 정도로 이합집산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면 현재 존재하는 원내(院內)정당 가운데 정의당이 가장 오래된 정당이름이 된다.

정의당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사태후 주사파 세력을 남겨두고 떨어져 나와 2013년 7월 출범했다. 3년 5개월된 당이 가장 오래된 정당이라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정당정치의 참담한 현실을 그래도 보여준다. 

우리나라 정당사를 보면 1948년 제헌국회 출범 이후 국회의원 후보를 낸 정당은 210여개. 평균 수명은 2년 6개월이다. 10년 넘게 당명을 유지한 정당중 최장수는 17년 5개월간 존속한 민주공화당, 그 다음은 한나라당(14년 3개월), 신민당(13년 8개월)순이다. 

한국정치에서 새 대통령은 일단 전임자의 시대를 부정하고 본다. 그 첫 작업이 당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민자당은 5공의 부정, 신한국당은 6공의 부정,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권의 부정이다. 
당 이름뿐 아니라 국가 어젠더도, 정책도 싹 바뀐다. 좋게 말하면 5년마다 새출발이고, 나쁘게 말하면 ‘5년마다 원점’이다. 상황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뭔가 소중한 것을 진득하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보수라고 한다면 한국에는 그런 뜻의 보수정당은 없다. 

당이름 세탁한다고 묵은 때가 벗겨지지 않는다.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누구의 당’이라는 체질부터 바꿔나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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