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때 주(駐)베트남군 총사령관겸 맹호부대장으로 명성을 떨친 채명신(蔡命新)중장은 2015년 세상을 떠나면서 또 한번 일화를 남겼다. 그는 생전유언에 따라 26.4㎡(8평)인 국립묘지 장군묘역이 아닌 3.3㎡(1평)의 병사묘역에 안장됐다. 국가보훈처는 1955년 국군묘지 설립이후 65년만인 2020년쯤 장군묘역이 가득차 군사정부 시절 유산인 ‘사후 계급차별’이 사라지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 군에는 장성(將星)이 436명에 이른다. 군병력 62만5,000명을 기준으로 1만명당 6.9명꼴이다. 미군의 5명보다 38%가 많다. 소위로 임관해 별 하나를 달려면 보통 25년 이상 걸린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중 별을 다는 장교는 졸업생의 20% 미만이라고 한다. 그래도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장군 진급자들에게 손수 별을 달아주면서 “하늘보다 땅에 별이 더 많은 것 같다”는 농담을 했다. 

군인이 별을 달기 전과 후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그래서 “장군이 되면 100가지가 바뀐다”는 말이 있다. 고급 승용차와 운전병이 생기고, 행사때는 계급에 따라 일성곡(一星曲)부터 사성곡(四星曲)이 연주된다. 별 하나(13발), 별 넷(19발)의 예포도 쏜다. 국가원수 21발, 삼부요인이 19발이니 장군 예우가 남다른 셈이다. 

장군 한 명에게 드는 돈이 1개 전투 소대병력 유지비용과 비슷하다. 육군교육사령부에만 장군이 7명이며 산하 교육훈련기관 16곳에 20명이 있다. 대령이나 중령도 할 수 있는 보직이라고 한다. 

군 장성이 너무 많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국방개혁기본계획 2014~2030 수정안’에 따르면 군 장성 감축계획은 규모가 대폭 줄고 시기도 10년 뒤로 미뤄졌다. 2011년 국방부는 장군 정원의 15%(약 60명)를 2020년까지 줄이겠다고 했지만 올해는 40명만 줄이겠다고 바꿨다. 이마저도 기간별 감축계획이 없어 실현될지 의문이다. 병력을 줄이고 첨단장비를 갖춘다면서 별들은 줄지 않는 가분수 구조로 어떻게 군을 정예화 하겠는가. ‘하늘 별보다 땅의 별이 많다’는 이승만 대통령 농담이 새롭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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