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생산공정 하도급 활용 사실상 가로 막혀
노동시장 고용경직… 일자리 창출 역행 부작용도
독일·일본·프랑스 등은 고용관계 기업 자율계약 존중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불법 파견을 인정했다. 자동차 생산에 직접적인 공정뿐만 아니라 생산관리, 출고, 포장 등 ‘간접공정’에 대해서도 불법 파견이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아직 대법원의 마지막 결정이 남았지만 이번 판결로 제조업계에는 상당한 파장이 예고된다.

◆서울고법 “하청 공정 구별안돼”=지난 10일 서울고법 민사2부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 159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사측의 근로자가 맞다”며 불법 파견이 성립한다고 인정했다. 같은날 민사1·2부도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제기한 489명에 대해 같은 판결을 내렸다.

특히 재판부는 자동차 생산과 직접 관련된 일을 하는 ‘직접공정’ 근로자뿐만 아니라 생산관리, 출고, 포장 등 자동차 생산 자체와는 다소 관련성이 낮은 ‘간접공정’ 근로자들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규정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공정을 결정해야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작업내용, 작업인원, 작업위치, 기간도 구체적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사내하청업체에 독자적인 결정 권한이 없다”면서 “사내하청 근로자의 공정은 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정규직 근로자의 공정과 직접 결합해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 “사측만이 할 수 있는 공정과 사내하청업체만이 할 수 있는 공정이 구별되지 않는다”며 “사측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고용과 고용승계에도 영향을 행사하는 등 근로조건에도 개입했다”고도 덧붙였다.

◆도급과 파견근로… 제조업 파견근로 한국만 ‘NO’= 사내하도급 문제는 도급과 파견근로에서 발단된다. 법 규정상 도급과 파견에 관해 명확한 구분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조업 분야에 도급은 인정하면서도 파견은 불허하고 있다. 이번 판결을 두고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는 적법 도급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파견으로 간주해 불법으로 판결했다. ‘간접 공정’ 근로자의 경우 사실상 같은 공간에서 근무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업무상 연관성도 없다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이를 두고 제조업계에서는 고용의 유연성 등을 제고할 파견근로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업종과 규모에 따른 간접고용이 여러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또 개별고용 관계는 기업과 근로자간에 자율계약을 존중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 프랑스의 경우 고용형태 의사결정을 기업에 맡기고 있으며, 미국은 정규직에조차 임의고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파견근로에 대한 사용기간과 허용업무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는 아예 파견근로를 막고 있어 국내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노동시장 경직 우려”=이번 판결을 두고 경직된 노동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우리나라 정규직 노동시장이 매우 경직된 상황에서 대다수의 기업들이 추가적인 정규직 채용보다 고용 대안으로 사내하도급 환경을 조성해왔다.

이번 판결은 사내하도급 활용에 제동을 거는 것인데, 고용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법원까지 판결기조가 유지된다면 대규모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현대차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다른 구직자의 취업은 어려울 것”이라며 “ 결국 일자리 창출은 가로막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견근로 규제 완화와 일자리 확대의 연관성을 방증하는 선진국 사례도 있다. 독일은 파견근로 완화를 포함한 ‘하르츠 개혁’으로 10년만에 실업률을 절반가량으로 줄였다. 2005년 11.2%였던 독일의 실업률은 2014년 5.0%까지 감소했다. 또한 일본은 2003년 말 제조업 파견을 허용한 후 5년 동안 137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사실상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불필요한 소모라는 주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3월 특별협의 합의안에 대해 노동계 대표들까지 완전히 동의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올해까지 계획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정규직 특별고용은 물론 이후 인원 소요시 하도급 근로자의 특별고용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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