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과 노동이 서로 극단적인 길을 가면서 성장은 해야 했다. 때문에 결국 노조의 호전성을 ‘돈’으로 메우개 돼, 노조는 ‘많은 보수·적은 노동·긴 고용’이라는 3가지 혜택을 얻어냈다. 작업장에서는 ‘노동자’이면서도 연봉 9,000만원이 넘는 중산층이라는 ‘이중적 정체성’, 탈숙련화로 인해 장인정신의 발휘나 장인이 갖는 지도력과 관리력의 상실이 특이한 현대자동차 노동현장을 탄생시켰다. 

직장을 가정처럼 생각하고 일터에 헌신한 것이 성장엔진이었는데, 노동자가 중산층으로 올라선 지금 그 열망은 사라져 버리고 성장이 멈췄다. “여행은 시작됐지만, 길은 안보인다.”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의 보고서 ‘가 보지 않은 길’의 귀족노조에 대한 분석이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가 개발되면서 자동차 조립 공정이 크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작업장 규율은 1970, 80년대와 다르지 않다. 새로운 물건을 구시대적 조직이 만들어내야 하는 유래없는 모순에 봉착했다. 이것이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실이다. 

현대자동차 작업현장에는 ‘야리끼리’라는 말이 있다. ‘해치운다’는 일본말로 8시간 노동 분량을 5시간에 해치우고 노는 것을 말한다. 한 사람이 옆 동료 일까지 하는 동안 동료는 놀다가 두어 시간 뒤에 역할을 바꾸기도 한다. 컨베이어 속도를 마음대로 당겨서 빨리 해치우고 조기퇴근을 하지만 비정규직은 예외다. 정규직을 가리켜 ‘절반만 일하고 절반은 누워 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노동 축소의 결과는 생산성의 저하로 나타난다. 생산라인에 필요 표준인원을 실제 투입인원으로 나눠 나타낸 지표, 즉 자체분석 ‘편성 효율’은 해외공장이 90%대, 국내 공장은 약 60%에 그쳤다. 

대화능력을 상실한 경영진의 태도가 투쟁 일변도의 노사관계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노동자들에게 열정과 소명, 협동의식을 강조하지만 이는 시대착오적 소통방식이다. “돈을 더 줄테니 입 다물고 나를 따르라”는 방식이 경영과 노동의 이별의 시대를 열었다. 모순투성이 노-사가 잉태한 ‘야리끼리’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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