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하나의 사물이 살아서 기어다니고 
살아서 하늘을 향해 부러지는  
나뭇가지에 살점이 떨어지듯 욱신욱신 아프다 

눈을 감고  빠져드는 책 속에
꽃잎은  나비로 푸드득 
새들은 숲을 항해 세월의 시간을 정지선에 멈춘다  

바람도 고요하다 
천지가 수면의 세계로 고요를 부르며 
검은 깨알만 가지런히 우주 안에 놓였다

그림자 없는 시간여행은 그림자 속 영혼 
목적 없이 구르는 타이어도 
터널을 빠져 나온 음성도 정지선에 멈췄다 

수면 위로 뚜벅뚜벅 걸어오는 낯선 그림자 
시간은 새벽을 맞이하고 책을 덮는다
태엽은 타이머를 돌리며 시간을 재촉한다

 

◆詩이야기 : 병원에 입원하고 있으면서 지루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어둠이 밀려드는 시간. 책을 들고 밖으로 나가도 날짜와 시간은 터널 속을 빠져나와 달려가는 자동차와 같으나, 병실 환우들은 모든 것이 정지 상태에 빠졌다. 마치 세상과 이별을 선고 받은 침묵 뿐, 지켜보는 나도 환자였으나 그나마 감사하다는 생각에 잠겨 모두가 잠든 시간. 홀로 詩作에 몰두하다, 병실에서 퇴고했다.
◆약력 : 유성순 시인은 2002년 한맥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2007년 한국예술문학 동시신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울산문협과 중구 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은 2007년 ‘태화강에 뜬 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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