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교환교수로 왔던 독일의 한 대학 학장은 “독일에선 운전면허시험 빼고 모두 글쓰기 시험”이라고 했다. 특히 이공계는 승진할수록 문장 표현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글쓰기 교육을 더 한다. 

인류의 글쓰기 역사는 약 6,000년전 메소포타미아에서 긴 문장을 구현하기 시작했다는 이론이 지금까지의 정설이다. 글의 발명은 왜 중요한 것일까. 말과 달리 글은 영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토판에 새겨진 수메르인들의 쐐기문자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시작은 실망스러웠다. 첫 문자는 대부분 대출기록과 세금정산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얼마뒤 대단한 발견을 하게 된다. 글을 통해 이야기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 순간과 장소에 묶여 살던 인간에게 무한공간과 무한시간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것이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40대 직장인 1,600여명에게 물었다. “지금 당신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대학시절 가장 도움이 된 수업은 무엇인가?” 90% 이상이 “글쓰기”라고 대답했다. 

거의 모든 미국대학은 체계적으로 글쓰기 교육을 한다. 1대1 첨삭교육까지도 철저하게 한다. 교수들이 글쓰기 테크닉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전개과정을 스스로 체득하도록 훈련시킨다. 숙제의 대부분 역시 글쓰기다. 유럽에서는 중·고교때부터 에세이 쓰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서울대에서는 올해 신입생부터 ‘글쓰기 능력 평가’를 도입키로 했다. 자연과학대 신입생 200명부터 시작해 내년 이후 전체로 확대할 모양이다. 우리 초·중·고교에서는 듣기, 말하기, 읽기에 비해 쓰기를 중요하게 가르치지 않는다. 이는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는 결과중심 단답형 평가 때문이다. 글쓰기는 인간의 창의성을 빛나게 하는 설계도와 같다. 무엇보다 글을 쓰면서 생각하고 남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과정에서 한 단계 성장하는 나를 발견한다. 

글솜씨로 스타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블로그 등 SNS덕에 누구에게나 글을 쓸 수 있는 장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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