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와 최씨 오랜 친분 덕에 청와대 입성…대가로 崔 '국정농단' 묵인 의혹

 

 

직권남용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 김장자(77) 삼남개발 회장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같은 계모임을 해오면서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우 전 수석이 최씨와 친밀한 관계인 장모를 매개로 최씨를 알게 됐고, 청와대에 입성한 뒤에도 최씨 관련 사건에 직접 개입하거나 뒤를 봐준 것으로 박영수 특검팀은 보고 있다.

2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의 해명과 달리 장모 김씨와 최순실씨가 친목계 모임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모임은 사회지도층이나 이른바 '재벌집 사모님'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함께 화제가 됐던 소위 '팔선녀 모임'은 이 계모임이 와전된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하고 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과 최씨가 직접적인 접촉을 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은 다수의 정황을 포착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를 노출시키려하지 않는 분위기라 우 전 수석이 최씨의 존재를 충분히 알고도 아는 체를 하지 못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우 전 수석이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하거나 묵인한 혐의도 장모와 최씨 간의 얽힌 인연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은 최씨 관련 사건에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그는 최씨의 미얀마 원조개발사업(ODA) 추진을 위해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를 임명하는 과정에 개입, 전임인 이백순 대사를 경질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전기 전무 출신인 유 대사는 "최순실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며 특검 조사 반나절 만에 시인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은 이른바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체부 고위 공무원들을 좌천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은 걸림돌이 되는 인사를 우 전 수석이 찍어내는 배경에 최씨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54)이 자신과 미르·K스포츠재단, 최씨 등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자 영향력을 행사해 해임되도록 한 의혹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의 사정기관장 인사에 최씨의 영향력이 반영되기도 했다. 최씨의 가방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파일과 이것을 '민정수석실로 보내라'는 등 최씨의 자필 메모가 발견된 것이다.

앞서 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최씨와 함께 여러차례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최씨를 버선발로 맞을 정도로 극진히 대접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최근에는 김씨와 최씨가 '억대 회원권'을 끊어야만 이용할 수 있는 특급 호텔에서 수영 강습을 받고 오랫동안 친분관계를 유지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랜 '친목'과 '계모임'이라는 경제적 이해까지 더한 두 사람의 인연은 우 전 수석이 최씨의 국정농단을 묵인하고 비호해줬다는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김씨와 최씨의 골프 회동 당시는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실에서 민정비서관을 지내던 시절이다. 

우 전 수석은 그 다음 해인 2015년 2월 민정수석으로 승진하는데, 이 과정에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면서 검찰에서 퇴직하는 등 사실상 인사에서 뒤쳐졌던 우 전 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하는 대가로 최씨의 뒤를 봐줬다는 설명이다. 

세간을 뒤흔들었지만 흐지부지 종결됐던 최씨 전 남편 정윤회씨 문건 수사를 우 전 수석이 맡았던 점 등도 그 근거로 지적됐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최씨를 모른다"고 계속 부인하고 있다. 

최씨와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씨와의 남다른 친분이 밝혀졌을 때도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장모도 최씨를 모른다"며 발뺌했다.  

특검은 그러나 장모를 매개로 최씨와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 임명 전부터 알고 지내던 정황을 포착하고 최씨의 '국정농단 묵인'을 우 전 수석의 주요 혐의로 추가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철 전 보좌관도 "최씨와 우 전 청 수석이 친분이 있고 최씨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일정한 정보를 듣고 있다는 이야기를 고영태씨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장모와 최씨와의 친분을 매개로 한 여러가지 정황과 다수의 증언에도 "최씨를 모른다"며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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