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하 극작가·연출가

# 역사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고려 우왕 2년 서력 1376년 9월 울산 언양의 유배지에서 포은 정몽주는 전라도 나주에서 귀양살이하는 정도전에게 위로의 편지와 함께 ‘맹자’(孟子) 한 권을 동봉해 보냈다” 훗날 피의 울음으로 가득한 역사의 갈림길에서 서로 등을 돌리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그들의 충의와 우정은 한결 같았다. 

# 포은 정몽주는 울산 땅 서쪽 고헌산 남쪽에서 날랜 말이 달리는 것처럼 기세가 접한 이곳 반구산을 삼봉에게 전하려다 그만 붓을 놓았다. 산의 끝 부분이 물가에 접한 거북모양의 반구대 절경을 삼봉에게 전하기에는 풍경이 너무 호사스럽다고 생각했다. 포은은 삼봉 정도전이 시대를 잘못 태어난 불우한 인재로 생각하고 있었다. “삼봉은 굽히지 않는 강직함으로 내일을 기약 할 수 없는 고난과 고통의 유배 생활을 보내고 있을 터 반구대의 절경이 삼봉에게 위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포은이 정도전을 그리 생각하는 것은 불과 1년 전 권력자 이인임에게 거침없는 독설을 퍼붓던 정도전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 “내가 차라리 원의 사신을 목 베어 오던가, 그렇지 않으면 꽁꽁 묶어서 명으로 보내 버리겠습니다!” 이인임이 정도전에게 원나라 사신을 접대하는 일을 맡기자 젊은 정도전은 노대신 이인임을 향해 차라리 자신의 목을 베라고 항거했다. 정도전은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대의명분을 추구했다. 포은 정몽주는 이때만 하더라도 정도전은 세파의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 삼봉은 “의로운 정치로 천하를 다스리는 자와 외교를 맺는 것이다”는 포은과 정치적 명분이 일맥상통했다. 

# 포은 정몽주는 자신의 안위보다 전라도 나주땅의 삼봉 정도전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했다. 포은은 다시 붓을 들었다. “나그네의 심사 오늘따라 처량하구나! 독기서린 해변 물길을 따라 산에 올랐네….” 포은은 울산땅 반구대에서 그렇게 시대의 비감함을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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