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치올림픽 혼자 출전…"1년 뒤 평창에도 나가야죠"

 

공동취재구역에 그가 등장하자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미소를 잃지 않은 선수는 연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누가 보더라도 금메달을 땄거나 기록이 좋은 선수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는 14위로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인공은 제8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 유일하게 동티모르 국가대표로 출전한 요한 구 콩칼베(23)였다.

구 콩칼베는 22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데이네 뉴 슬라럼 코스에서 열린 스키 알파인 남자 대회전 경기에 출전했다.

눈이 없는 나라인 동티모르에서 온 구 콩칼베는 2분 34초 42의 기록으로 14위에 올랐다. 1위로 금메달을 따낸 고야마 요헤이(일본)의 2분 17초 51과는 차이가 크게 났지만 출전 선수가 44명이나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준수한 성적이었다.

그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도 동티모르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성적은 14위였지만 몰려든 기자들 수로 따지면 단연 금메달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듯한 외모의 기자들도 구 콩칼베에게 달려들어 인터뷰를 마치고는 나중에 들어오는 메달리스트는 누가 되든지 관심도 없다는 듯 서둘러 기자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구 콩칼베는 활짝 웃으며 "행복한 결과가 나왔다. 2차 시기 결과가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사실 이번 대회와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가운데 하나를 나갈 수 있었지만 아시안게임을 택했다고 했다.

구 콩칼베는 "동티모르가 아시아 국가고, 동티모르 사람들은 아시안게임을 올림픽보다 더 친숙하게 여기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에 나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동티모르인 어머니를 둔 그는 "부모님이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알려달라"는 물음에도 미소를 지으며 "엄마가 호주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만났다고 들었다"고 답하며 웃었다.

                              입촌식을 마친 뒤의 구 콩칼베.

입촌식을 마친 뒤의 구 콩칼베.

8살 때부터 올림픽에 나가는 꿈을 키워왔다는 구 콩칼베는 프랑스와 동티모르 가운데 동티모르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일찍 마음을 정했다고 한다.

그는 "눈이 없는 나라에서 스키 선수가 올림픽에 나오면 동티모르라는 나라가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 콩칼베의 다음 목표는 역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4년 전 소치 올림픽에서는 알파인 스키 회전에 출전해 최하위인 43위에 머물렀던 구 콩칼베는 "평창에서는 대회전에도 출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있는 동티모르는 우리나라와 시차가 없는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한국과 같은 시간대를 쓰는 나라는 일본, 동티모르, 팔라우와 인도네시아, 러시아 일부 지역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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