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종길 HR컨설팅 대표

하루에도 여러 명의 외국인들이 사무실을 찾는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 국적 동포, 중국인, 스리랑카인, 러시아인들이다.

다른 지역 외국인들은 비교적 자신들만의 네트워크가 잘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나의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은 한국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의 네트워크가 약한 분들이다. 

이런분들의 상담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체불임금이다. 몇 해 전 인사 마스터 과정을 공부하면서 모든 기업이 청산할 때라도 체불임금이 가장 우선 정산 대상이라고 배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러 사람들의 상담을 받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상담자들이 원하는 대부분의 임금체불건은 법적인 부분은 해결 할 수 있었으나 실제 집행까지는 해결 할 수 없었다.

이런 분들의 딱한 사정을 알고 나와 뜻을 같이 해주시는 노무사, 변호사, 법무사, 행정사들이 계셔서 이분들을 좀 더 전문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설령 법적으로 지급명령을 받아도 그 지급 명령을 실행에 옮기기 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내담자들의 체불임금이 생긴 대부분의 사업장이 제조업이나 기업체가 아니라 공사현장이고 공사현장에서도 본청이나 공사업자가 아닌 하도급자(일명 오야지)에서 생기기 때문에 일반 노동자가 체불임금이 생겨도 법적으로 조언 받거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방법밖에 없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한 외국국적 동포의 사례를 보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사업주가 언제까지 지급을 한다고 차용증을 썼으니 신고 취소를 하라고 해서 신고를 취소 했는데, 그 약속 기간이 지나도 지급을 받지 못해 근로감독관을  찾아갔더니 이미 신고 취소된 사건은 재 신고가 안된다며 책임을 회피했다고 한다. 

내담자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근로감독관과 직접 통화했다. 근로감독관은 근로자가 처벌의사가 없음으로 이미 내사 종결된 사안이라고 했다. 결국 이분에게 민사소송 절차 등을 알려드리면서 법률구조공단을 통한 민사소송제기를 안내해 드렸으나, 사업주가 돈이 없다고 버티면 압류 추심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배보다 배꼽이 크다며 소송을 포기 했다.

또 다른 사례는 체불임금을 정산하지 않는 사업주를 형사고발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체불임금이 비교적 큰 사안인데 체불사업주가 근로현장의 직접사업주가 아닌 인부를 공급하는 하도급자(일명 오야지)였다. 근로 현장이 인근지방이라 우리 지방 고용노동청은 근로가 발생한 그 지역 담당 고용노동청에 신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직접신고를 했는지, 우리 지방에서 그 지방으로 사건을 이첩했는지는 못 들었으나 얼마 후 인근 지역 근로감독관이 연락을 해 왔단다. 몇 개월의 소송기간을 거쳐 지급명령을 받아 내는 데까지 성공한 근로자가 돈을 받기 위해선 피고소인의 재산 정도를 알아내어 압류를 신청해야 하는데 그 조사를 원고인 근로자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전문적이지 않은 근로자는 추심 전문 업체 등에 의뢰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도 적잖은 비용이 지출된다. 만일 의뢰를 해 보아도 피고소인의 재산을 확인 할 수 없으면 소송비용과 추심 의뢰 비용만 날아가서 결국엔 체불 임금을 받으려다 더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한분은 법원으로부터 지급 명령서를 받아들고 체불임금 사업주와 연락이 안되어 사업주 부인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평소 집에 찾아가 회식도 하고 했던 사이라 인간적으로 도와주겠지 하고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인 중에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사업주 부인을 찾아가 돈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혹시나 싶어 전화를 한 것이였지만, 그 부인 마저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내담자는 나에게 내전화기로 전화를 한번 해 달라고 부탁 했다. 자기 전화번호가 발신번호로 나타나기 때문에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내가 직접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를 받았다. 내용을 들어 보니 그 부인에게도 너무나 딱한 사정이 있었다. 1년 전 이혼을 했고, 어린 아이들을 먹여 살리려면 사업이 있어야 한다며 부인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해달라고 해서 해주었는데, 1년간의 숱한 임금체불로 인해 자신들도 길로 나앉게 생겼다며, 이젠 이런 전화 받는 것도 지쳤다고 하소연을 한다. 이런 딱한 사정을 듣고 나니 상담자는 1,000여만 원이 넘는 체불임금을 포기 하겠다고 한다.

이런 임금체불문제는 가장 악독한 기업 범죄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인 최 일선의 근로자들은 외국인이나 내국인이나 할 것 없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런 면에서 법은 약자에게 무용지물이다. 그렇지만 오늘도 수많은 약자들은 그 법의 정의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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