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현지 뉴스트레이츠 타임스가 18일 입수해 보도한 김정남 사진. 피습 직후 쿠알라룸푸르 공항 내 의무실 소파에 김정남이 정신을 잃은 듯 누워있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뉴스트레이츠 타임스 캡처 = 연합뉴스]

김정남 독살에 사용된 독극물이 살충제 성분인 메틸 파라티온일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신문은 경찰의 김정남 사인 규명을 돕고 있는 화학 분야 전문가들이 그를 2시간 만에 사망에 이르게 하면서도 맨손에 독극물을 묻힌 여성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독극물이 '메틸 파라티온'일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용의자들이 메틸 파라티온을 김정남의 얼굴에 발랐다면 이 물질이 눈으로 들어가 눈 점막으로 스며드는 것은 물론 호흡기를 통해서도 흡수됐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그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고 말했다.

사건 현장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에서 찍힌 CCTV 영상을 보면, 암살자들은 지난 13일 오전 9시께 김정남의 등뒤로 접근해 손으로 얼굴을 감싸 문질렀다.

이후 김정남은 공항 내 치료소를 거쳐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숨졌다. 피습 후 사망까지는 2시간가량이 소요됐다.

용의자들의 공격을 받은 김정남은 공항 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자신의 두 눈을 손으로 비비는 시늉을 했다.

전문가들은 살충제의 일종인 메틸 파라티온은 신경작용제나 독가스인 VX만큼이나 치명적이어서 화학무기로 분류한다.

또한, 김정남이 사망 전에 일부 마비증세를 보인 것도 메틸 파라티온 흡입에 따른 부작용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정남은 피습 직후 공항정보센터를 향해 큰 이상 없이 천천히 걸어갔지만, 병원 내 치료소에 들어갈 당시에는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였다.

소식통은 "메틸 파라티온은 마치 살인 무기 같지만, 김정남에게는 썩은 달걀이나 마늘 냄새를 맡는 것과 유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갈색 액체 형태로 유통되는 메틸 파라티온은 피부에 닿더라도, 만약 상처만 없다면 즉시 물로 씻어내면 큰 해를 끼치지 않는다.

따라서 범행 직후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은 가해자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사망한 김정남에게서 채취한 혈액 세포 및 DNA 표본을 화학국 독극물 및 화학무기 관련 부서로 보내 분석해왔다.

인체에 유입된 메틸 파라티온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를 통제하는 인체의 신경전달물질은 인체를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하려고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라는 효소를 분비한다.

그런데 메틸 파라티온이 체내에 유입되는 순간 이 효소 수치가 간신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선인 정상치의 6%까지 내려갔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신문은 2명의 용의자에 대한 검사결과 메틸 파라티온이 거의 흡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는 김정남의 혈액 샘플이 사망 후 바로 채취된 데 반해 용의자들은 하루 이상 지난 시점에서 채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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