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회장 때 사법개혁 입법 '공세'…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방어' 
이번엔 위치 바뀌어…대리인 '주장'에 심판관으로 '판정'

 

22일 열린 탄핵심판 16차 변론 때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 김평우 전 변협 회장(오른쪽)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단 김평우(72) 변호사와 강일원(58) 헌법재판관의 '껄끄러운 인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탄핵심판 마지막 증인신문에서 김 변호사가 강 재판관을 향해 거침없는 언사를 쏟아내면서 갈등 양상이 극명하게 드러난 탓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전날 열린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헌재의 심리 절차가 불공정하다며 재판부와 각을 세웠다.

김 변호사가 1시간 30분이 넘는 '필리버스터'급 변론을 하면서 강 재판관을 지목해 '국회 측 수석대변인'이라고 몰아세웠고 이어 대리인단은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기피 신청'까지 냈다. 강 재판관은 탄핵심판의 주심 재판관이다.

강 재판관도 이에 뒤질세라 김 변호사를 향해 "헌법 재판을 해보지 않으셔서…"라고 핀잔을 주며 맞받았다.

탄핵심판에서 대리인과 재판관으로 만났지만, 두 사람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다.

판사 출신인 김 변호사는 2009∼2011년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역임했다. 같은 시기에 강 재판관은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2년 재임했다.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은 사법부의 각종 정책과 국회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김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평소 적극적인 성격에 주관이 뚜렷하고 강한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때론 저돌적이라고까지 얘기되는 성격 탓에 '돈키호테'라는 말도 들었다. 뒤늦게 대리인단에 합류해 보여준 '돌발행동'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변협 회장 역시 '조직' 없이 혼자 나와 당선까지 되는 기염을 토했다. 통상 서울변호사회장을 거쳐 변협 회장에 도전하는 전례와 달리 '필마단기'로 출마해 선명한 공약으로 당선됐다.

회장 시절에는 사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전관예우와 사법불신 해소 방안으로 ▲ 판결문뿐 아니라 심리 과정까지 공개하는 '사법정보공개법' 입법 추진 ▲ 법관 재임용 평가 강화 및 변호사 출신 법관 임용을 늘리는 '법관임용법' 제정 ▲ 대법원 구성원 다양화 및 대법관 증원을 추진했다.

변호사 업계 태동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변호사 백서'를 만들기도 했다.

당시 강 재판관은 이 같은 변협의 주장에 맞서 국회 입법 추진을 방어하고 반대 논리를 설파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입장이었다. 그러면서도 법조계 '3륜'(법원·검찰·변호사)의 하나인 변협과는 도움을 주고받고 조언을 구하는 역할도 해야 했다.

이처럼 당시에는 김 변호사가 공세적인 입장이었다면 이번 탄핵심판에서는 위치가 바뀐 셈이다. 김 변호사가 대리인단의 일원으로 헌재에 증거와 증인, 법리 채택을 요청·호소하는 입장이지만 강 재판관은 주심으로서 대리인단의 요청을 들어본 뒤 이를 받아들일지를 판단·결정하는 역할이다.

김 변호사는 사법시험 8회로, 사시 23회(사법연수원 14기)의 강 재판관보다 15년이 앞선다. 나이도 14살이 더 많다. 서울대 법대 선후배 관계이지만, 고등학교는 각각 경기고와 용산고를 나왔다.

초임지로 김 변호사가 서울민사지법, 강 재판관이 서울형사지법에 배치되는 등 판사 임관 때도 최상위 성적으로 보임됐다.

김 변호사는 '무녀도'와 '역마', '등신불', '화랑의 후예' 등을 쓴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차남이다. 판사 생활을 오래 하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 일하기도 했다. 변협 사무총장과 회장을 지냈고 헌법재판소 자문위원과 대법관제청자문위원을 역임했다.

미국 UCLA 방문교수를 지내는 등 최근엔 미국에서 활동하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 소추되자 '탄핵을 탄핵한다'라는 책을 쓰며 탄핵심판의 부당성을 주장했고, 바다를 건너와 대리인단에 합류했다.

강 재판관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법정국장·윤리감사관·사법정책실장을 거쳐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행정처 기조실장 등 '엘리트 코스'를 역임한 뒤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다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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