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수제캠핑카 여행 박세진·최경숙 부부
 3년간 직접 제작한 3층짜리 ‘버킹모함’
 주차공간 부족한 한국지형 맞춤 사이즈

 밤에 더욱 빛나는 스카이라운지 특허출원
‘일생동안 탈’ 수제캠핑카 제작 도전은 계속
“늙어서도 전국 곳곳 다니며 캠핑 즐길 것”

수제캠핑카 ‘버킹모함’을 3년째 연구해온 박세진·최경숙 부부는 “일생동안 탈 수 있는 캠핑카를 만들어서 가족들과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이들이 두 번째로 만들어낸 캠핑카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어느 봄 날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하늘 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들꽃 냄새에 취하다가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기도 했다. 봄은 가벼운 마음으로 캠핑 떠날 수 있는 적기다.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캠핑의 매력에 빠져 울주군 시골마을에서 직접 캠핑카를 만드는 박세진(47)·최경숙(46) 부부가 있다.

자리 잡고 즐기는 텐트 캠핑에서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캠핑카 문화로 넘어가고 있는 시점. 산으로 바다로, 수제캠핑카가 멈추는 그 곳이 집이 된다는 이들을 만나봤다.

◆캠핑 is 마이 라이프!  

울주군 웅촌면 대대리의 어느 한적한 시골. 그곳에 공장으로는 보이지 않는 건물이 서 있다. 부부의 수제캠핑카 ‘버킹모함’이 탄생하는 곳. 남편 박세진 씨와 아내 최경숙 씨는 젊은 시절 꽤 먼 거리를 오가며 연애를 했다고 한다. 박 씨는 바닷가 사내한테 시집갈 것이라 이야기하는 최 씨와 결혼, ‘언제든지 바다를 보러갈 수 있게 움직이는 집을 만들어주겠다’ 약속했다.

직접 만든 캠핑카에 누워서 활짝 열린 창문으로 감상하는 바다 풍경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이들은 왜 캠핑을 떠날까. “자유롭잖아요. 집을 벗어나 기분전환도 하고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서 좋아요. 바다도 좋고, 계곡물도 좋고 주말마다 떠나는 게 일상이에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전에 캠핑카가 없을 때도 민박집과 자가용을 집삼아 진하해수욕장, 주전바닷가 등 울산 곳곳과 근교로 발걸음 했다.

◆아들과 약속한 아빠표 캠핑카

캠핑이 좋아도 캠핑카를 직접 만든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이들 부부가 남달리 수제캠핑카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7년 전 멋진 텐트가 있다는 최 씨의 동생 말에 다함께 텐트 캠핑을 떠나게 된 부부. 이윽고 비바람이 몰아쳤고, 날아가는 텐트를 부여잡고 피난민 행색으로 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그래서 “어차피 여행은 좋아하는데, 텐트의 한계를 깨닫고 그때 겪었던 단점들을 보완한 캠핑카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6년 전 미국 유학을 간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박 씨는 아들에게 “아들은 거기서 공부 열심히 하고, 아빠는 아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가족여행 다닐 수 있게 캠핑카를 만들고 있겠다”고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이에 재활용사업을 사정상 접게 된 박 씨는 3년 전 ‘버킹모함’이라는 이름의 수제캠핑카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방 기계, 더위를 쫓아낼 선풍기와 에어컨, 맑은 물이 나오는 싱크대 등 생활시설과 안락함이 모두 마련된 캠핑카 내부.

◆우여곡절 많은 ‘한국형 캠핑카’

그때부터 이들 부부의 무한도전은 시작됐다. 목표는 한국 지형 특성에 알맞은 3층짜리 수제캠핑카를 제작하는 것. 벌써 이들의 작업장 앞마당에는 두 대의 수제캠핑카가 주차돼 있다. 이들은 “결코 100% 만족하는 캠핑카는 아니다”고 단언했다.

밥 먹고 자는 시간 외는 수제캠핑카 제작에만 몰두한다는 부부. 기존 캠핑카는 판넬구조로 돼 있어 냉·난방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단점 등이 있었다. 단점 없는 캠핑카를 만들기 위해 자녀들과 함께 직접 캠핑카를 타보기도 한다. 부인 최 씨가 “1층 싱크대 위 선반 길이가 길어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의견을 제시하면 남편 이 씨는 다음 수제캠핑카 제작에 적극 반영한다.

한편 부부가 즐겁고 좋아서 선택한 일이지만 캠핑카로 인한 수입은 아직 없어 금전적인 부분도 무시하지 못한다. 각종 자재들이나 캠핑카 내부에 들어가는 싱크대 등 비싼 수입품을 사용해야 할 때도 있다. 이에 한 대의 캠핑카가 만들어지기까지 들어가는 기본 재료비만 5,000만원 이상이다. 

캠핑카는 오로지 남편 박세진 씨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로 탄생한다. 캠핑카 외형이 될 알루미늄을 자르고 있는 모습.

또 한 대를 완성하기까지 꼬박 3개월 이상 소요된다. 그도 그럴 것이 캠핑카 구석구석 남편 박 씨의 손길이 닿기 때문이다. 

그는 전체 외형을 감싸는 알루미늄도 일일이 직접 잘라 붙인다. 수도꼭지가 불편하면 수도꼭지를 고치고, 계단이 높으면 계단도 줄인다. 필요에 따라 쉽게 분리되는 분리형 트럭캠퍼를 만들기 위해 갖가지 연구를 다했다. 

무엇보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한국지형 특성을 고려해 작은 사이즈로 최대한의 활용이 가능하게끔 제작해 주차도 편리하다. 또 특허출원한 3층 높이의 스카이라운지도 일품이다. 바닷가 근처에서 캠핑카 3층에 올라 구워먹는 삼겹살의 맛은 이들 부부만이 아는 삶의 낙일 터. 

이밖에도 수십 번의 공정을 거친 원목으로 실내를 도배해 가족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했다.  

작은 캠핑카지만 공간 활용된 불판에다 고기를 구워먹는 재미는 가득하다.

◆영원히 함께할 인생의 동반자

또 다른 집인 수제캠핑카로 17년째 여행을 다니고 있는 박세진·최경숙 부부는 이번 봄에 떠날만한 캠핑 장소를 추천하기도 했다.

부인 최 씨는 가까이에서 바다를 보고 갯벌을 체험할 수 있는 울산 바닷가들과 서해안을 최고의 캠핑 장소로 꼽았다. 얼마 전에도 주전바다와 몽돌해수욕장을 찾아 가족들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는 “다가오는 주말에는 진하해수욕장에 자리 잡고 꽃게를 잡을 계획이다”며 “또 가까운 거제도에 가면 바다와 돌 구경도 좋고, 갓 잡아 올린 낙지와 문어 맛이 끝내준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 부부의 수제캠핑카 제작 도전은 끝이 없다. ‘일생동안 탈 수 있는 수제캠핑카’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현재도 세 번째 캠핑카가 뼈대와 외형을 갖추고, 남편 최 씨의 예술작품으로 탄생하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닥불은 캠핑의 묘미다.

수제캠핑카를 끌고 밖으로 나가면 ‘스타’가 된 기분이라고 말하는 남편과 여행이 좋고 함께 떠나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는 아내. 

이들은 말한다. “우리 가족이 만족할 때까지 만들 겁니다. 늙어서도 불편함 없이 끌고 전국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는 캠핑카를 만들어야죠”라고. 앞으로도 전국방방 곳곳에서 수제캠핑카 ‘버킹모함’ 3층 지붕위에서 행복해하는 이들을 만나길 기대해본다. 

◆이제 떠나봅시다 

한편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캠핑산업 활성화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캠핑을 통한 건전한 여가문화 확산을 위해서였다. 이처럼 보다 질 좋은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해 야외로 떠나는 캠핑은 사회 전반적으로 인기다. 

캠핑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부부.

울산도 예외는 아니다. 초보 캠핑가인 이모(중구 성안동·31)씨는 다가오는 주말을 위해 벌써부터 야영캠핑장 예약을 끝냈다. 

“호텔이 편하긴 하지만, 캠핑은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진정한 캠핑은 신발 신고 나가면 바로 자연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친구들과 여럿이 모여 밤새 주변 신경 쓰지 않고 즐길 계획에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쌩쌩 달리는 수제캠핑카가 없다고 슬퍼하지 말자. 씻는 것과 잠자리가 조금 불편해도 야외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면 이미 캠핑을 즐길 자격이 충분하다. 떠나자, 곳곳의 야외캠핑장에서는 진작부터 봄맞이 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밤이 되면 캠핑카 3층 스카이라운지에서는 즐거운 이야기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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