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각종 발언과 지시 사항등을 ‘사초(史草)’에 비견될 만큼 꼼꼼하게 기록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수첩 39권을 ‘증거의 보고(寶庫)’로 평가했다. 특검은 수첩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국정 농단 사건의 빠진 퍼즐을 맞추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천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메모광이 있을 뿐이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메모는 좋은 습관이고 수첩은 죄가 없다. 메모를 탓할 것이 아니라 소통 없는 받아 적기를 탓해야 한다. 

또 폴리페서(Polifessor)들의 계절이 왔다.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앞서있다는 문재인 캠프에는 1,000명의 교수들이 줄을 서 있다는 소식이 들린지도 한참 됐다. 세계 정치사에도 유례 없는 일이다.

최근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였다는 교수는 물론 역대 대선 후보에 줄을 섰던 학자들도 문 캠프에 가세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때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기)공약’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김광두 교수가 대표적 사례다.

폴리페서에겐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저서가 없다는 것, 제대로 된 제자가 없다는 것. 최순실 사태를 보면 수갑찬 사람중에 교수 출신이 많았다. 관료들과 달리 법과 관행에 약하고 권력에 지나치게 종속적이어서 훗날 화(禍)를 남기기 쉽다.

강의실과 연구실은 팽개친 채 정치판으로 몰려가지만 폴리페서들의 정책적 성과도 의문이다. 전문성을 살리기는 커녕 정치 권력의 집사가 되거나 무수한 ‘낙하산 부대’를 만들어 낼 뿐이다. 

누구든 직업선택의 권리와 정치참여의 자유는 있다. 하지만 직업윤리라는것이 있고 업(業)의 본질이라는 가치가 있어야 마땅하다. 본연의 기능인 연구는 뒷전인 채 대학까지 퇴행적 정치에 물들게 하면서 온 나라가 정치 과잉의 탁류사회가 돼 버릴까 그게 걱정이다. ‘걸어다니는 증거’로 이 재판에도 저 재판에도 연일 증인으로 불려다니기에 바빴던 안 전 수석을 보기가 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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