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호
울산상수도사업본부 급수부장

오늘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의 날은 수자원 보전과 먹는 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지구적 물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민간의 참여와 협력을 증진하고자 UN이 1992년 제47차 유엔총회에서 ‘세계 물의 날’로 선포하고 매년 기념하고 있다. 물의 날을 맞아 요즘 같은 봄 가뭄에 비와 물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된다.

상수도본부에 근무하는 여러 종사자는 햇빛을 주고, 비를 뿌려주며 눈을 내리게 하는 하늘이 더 없이 고맙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여름 우기 때 한꺼번에 많은 비를 쏟아 낼 것이 아니라 일 년 내내 골고루 비를 뿌려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작년 차바 태풍 때 엄청난 폭우를 쏟아내던 하늘은 그때를 잊은 듯 요즘은 비를 거의 내려주지 않아 극도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럴 때마다 골고루 내려준다면 깨끗한 댐 물을 안정적으로 시민에게 공급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지난해 10월에 찾아온 태풍 차바는 어마어마한 홍수 피해를 주었다. 소양강 댐처럼 큰 댐이 울산에 있었다면 홍수 피해도 막고 지금처럼 가뭄 기에 낙동강 물을 공급 받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원수(原水)를 공급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울산엔 소규모 댐 뿐이라 많은 비가 올 때마다 방수로를 월류(越流)해 하천으로 흘러가 버리는 물을 볼 때마다 ‘저게 다 돈인데. 저게 다 시민의 생명수인데.’ 하는 안타까움과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가뭄은 우수, 경칩이 지났는데도 비 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비가 몹시 기다려진다. 가뭄이 깊어져 대곡댐, 사연댐, 회야댐 수위는 현저히 낮아지고 있고 댐은 목마름에 젖어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댐만이 목마른 게 아니다. 꽃 피우고 잎 틔워야 하는 요즘, 뭇 생명 또한 영양분을 가득 담은 단비를 몹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바짝 마른대지에서 꽃을 피워내는 들풀과 꽃나무를 보면 고혈을 짜내는 것 같아 애잔해 온다. 뭇 생명이 목말라 하는 것은 단순한 감성적 안타까움이겠지만, 사람이 마셔야 할 식수 댐이 말라가는 것은 현실적 안타까움이다. 사연댐은 90% 정도가 줄어든 11%정도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고 회야댐도 절반이하인 45% 정도로 줄어들었다. 댐을 둘러 볼 때마다 가득 차 있어야 할 댐이 황토 빛 속살을 들어낸 모습에서 몹시 갈증을 호소하는 것 같아 애처롭기 그지 없다. 댐이 댐 같지 않고 자꾸 저수지 모양으로 쪼그라드는 모습이 댐 신세가 처량해 보인다. 이렇게 댐 물이 적게 된 연유엔 가뭄 탓도 있지만, 반구대 암각화 보호를 위해 수위를 낮춘 원인도 크다. 울산은 계곡이 깊지 않아 많은 비가 와도 금세 바다로 흘러가 버리고 계곡은 건천으로 변해 버린다. 그런 실정임에도 반구대 암각화가 잠기는 것을 최소화 해 달라는 문화재 기관의 요청에 비가 오면 댐에 가득물을 담지 못하고 반구대 암각화 아래로 수위를 낮추다보니 진작 시민이 마셔야할 물이 자꾸만 부족해지고 있다.

작금의 가뭄으로 댐에 담긴 원수만으로는 공급하는데 한계가 있어 이제는 부득이 낙동강 물을 공급받아야할 처지다. 지금까지는 작년에 봄비가 골고루 와 주었고 태풍 덕분에 사연댐을 제외한 다른 댐을 가득 채울 수 있어 낙동강 물을 공급 받지 않고도 버틸 수 있었지만 겨울과 봄 가뭄이 심한 요즘은 조만간 많은 비가 오지 않으면 낙동강 물을 끌어 올 수밖에 없다. 상수도 공급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낙동강 물을 끌어와 정수해서 수돗물로 시민에게 공급할 때는 괜히 송구스러운 맘이 들곤 한다. 대곡댐, 회야댐 등 관내 댐은 1급수이지만 낙동강 물은 겨울철은 2-3급수, 삼복염천엔 조류로 4급수로 떨어진다. 수질이 안 좋은 낙동강 물을 고도정수처리를 하면 기술적으로는 안전한 수돗물이 생산 될 수 있다고 치더라도 덜 깨끗한 낙동강 물을 정수해 시민에게 공급할 때는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이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고(혹 알면서도) 반구대 암각화 보호를 위해 사연댐 수위를 무조건 낮추고 낙동강 물을 더 마시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맑고 깨끗한 원수를 공급 받고자 하는 시민들 욕구(마음)에 예의가 아닌 듯하다.

이렇듯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암각화를 근본적으로 보호하고, 사연 댐 기능을 유지하며 하류 홍수 예방을 위해서는 생태제방이 최적안이라 생각된다. 빨리 그런 방향으로 결정이 되어 하루속히 사연댐을 가득채워 봤으면 한다. 그럴 때 사연댐도 오랜만에 시민을 위해 제 기능을 다한 것 같아 뿌듯해 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보듯 울산은 수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곳이다. 이러한 실정을 아는 시민들께서는 한 방울의 수돗물도 아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도꼭지를 틀 때마다 쏴~ 쏟아지는 시원한 물소리에 아무리 써도 끊임없이 나오는 화수분이겠거니 하는 낭비적 마음을 내려놓고 물 절약에 동참해 주었으면 한다. 각 가정에선 절수기 꼭지를 설치하고 양치를 할 땐 컵에 물을 받아쓰며, 샤워 시 비누칠 할 때는 잠시 샤워기를 잠가놓는다던지, 그릇을 씻을 때는 개수대에 물을 받아 씻는 생활의 지혜를 실천해 소중하게 생산되는 수돗물을 아끼고 절약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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