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강한 두사람 초임검사시절
청주지검에서 1년 함께 근무
이후 30여년 걸어온 길 제각각

공안통 황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강력통 홍지사 보수대통령 후보
중대한 시기 나라위해 할 일 태산

 

김병길 주필

현대 정치를 흔히 여론 정치라고 한다. 그러나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민심을 좇아가는 여론조사를 맹종하면 곤란하다. 무엇보다 과거와 달리 여론조사가 민심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13 총선과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11월 미국 대선에 이르기까지 여론조사는 번번이 예측에 실패했다.

그런데도 조기 대선을 치르게된 2017년 대한민국 정치판은 여론조사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결국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한 때 큰 폭으로 오르면서 보수층의 대안으로 떠올랐었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어 외견상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떠난 빈자리를 채울 ‘보수의 구원투수’로 성공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 국무총리 불출마 선언 후 보수 결집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홍 지사는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갈 곳 잃은 보수표 상당 부분을 흡수해 한국당 대표 주자로 부상하면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나섰다.

보수층을 위한 대선후보 갈림길에서 바톤 터치를 한 황교한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지사는 여러가지면에서 개성이 강한 모습을 보여 주목을 끈다. 두 사람은 1985년 청주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1년가량 함께 근무했다. 둘 다 첫 발령지였고, 황교안 검사가 1년 먼저 부임했었다. 당시 청주지검에는 4명의 평검사가 근무중이었으며 사법시험 1년 선배인 황검사(23회)는 2호, 홍 검사가 3호 검사로 불렸다.

둘은 이듬해 황 검사가 대전지검 홍성지청으로 가면서 헤어졌다. 이후 각자 다른 길을 걸어온 이들은 30년이 지난 2017년 거덜난 보수정당의 대선후보를 놓고 한판 경쟁을 벌일 뻔 했다.
황 권한대행과 홍지사는 검사 시절부터 걸은 길이 달랐다. 황대행은 대표적인 공안통 검사였다. ‘미스터(Mr.)국보법’으로 불렸다. 김현희 KAL기 폭파, 임수경 밀입북, 국가정보원 불법 도청 등 굵직한 공안 사건을 수사했다.

반면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인공 검사로 불리는 홍지사는 강력통이다.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 머신 업계 비리사건을 수사하면서 박철언 당시 통일국민당 의원과 이건개 서울고검장 등 거물을 줄줄이 구속시킨 것은 널리 알려져있다. 광주지검 강력부 검사 땐 폭력조직소탕에 나서 ‘조폭 저승사자’로 불렸다.

황 대행은 부산·대구고검장, 법무부 장관 등을 거쳐 총리까지 올랐고, 홍지사는 1995년 검사복을 벗고 이듬해 국회의원(서울 송파갑)에 당선돼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황대행은 고교(경기고)시절 조용하고 착한 모범생이었다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 동창들은 전했다. 2014년 법무장관 시절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이 위헌정당임을 논리정연하게 변론, 해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특유의 중저음과 차분하고 흔들림 없는 답변스타일로 정평이 나있다. 교과서 국정화 등 특정 주제에 대한 의원들의 공세적 질문에는 설전을 마다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홍지사는 직설적이고 공격적이다. 의원시절 저격수, 계엄사령관, 홍반장 등 강경 이미지의 숱한 별명이 붙었다. 최근엔 거침 없는 언행으로 ‘홍 트럼프’라는 새 별칭을 얻었다. 상황정리를 한 두 단어로 압축, 상대를 압박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홍지사는 검사, 4선 국회의원, 도지사 등 풍부한 경험이 장점이지만 강골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순화시키는 게 과제다.

새누리당에 뿌리를 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대선에 나서겠다는 후보들은 넘쳐나지만 의미 있는 지지율을 못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교안-홍준표 경선 빅매치’ 프로젝트가 가동 됐다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두 사람은 판이한 성격과 스타일을 가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행이 수도권에서 보수 바람을, 홍지사가 동남풍을 몰고 오고 김문수 전 지사등이 가세했다면 기대할만한 빅매치를 연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황총리의 불출마 선언은 지지자들에게는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정치 부담을 떠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로서, 또 한사람을 보수 대통령 후보로 이 중대한 시기에 나라를 위해 할 일이 태산 같다. 국민들은 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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