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규
울산 동구청소년진로지원센터
사무국장

새 학기가 시작 된지도 한 달이 다돼간다. 이맘때면 자녀의 성적이나 진로걱정으로 센터를 찾는 학부모들이 많아진다. 부모를 위한 진로강좌를 개설해보면 그 열정을 짐작 할 수 있다. 

그런데 참가하는 대부분이 어머니다. 간혹 남자가 보이기도 하지만 선생님이거나 부끄러운지 구석에 있다가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아버지 한 둘이 전부다.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선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란 말이 있다. 세태를 빗댄 것도 있지만 웃자고 하는 소리일 게다. 하지만 정말 아버지는 아이의 진로에서 멀어져 있는 현실을 현장에서 느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리라. 아무래도 평일 낮 시간에 주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힘들뿐 아니라 어머니들처럼 이거 내놔라 저거 내놔라 할 수 있는 성향도 아니어서 잘 안 보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진로전문가에게 ‘아빠의 무관심’에 대해 물어봤더니 “그거 음모이론입니다”라고 한다. 아버지 역할의 중요함이나 효과는 이미 증명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이의 진로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아버지들 역시 많다는 것이다. 소위 ‘치맛바람’못지 않게 ‘바짓바람’이 부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하는 소리가 자녀의 진로교육은 어느 한쪽이 듣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낮에 진로특강을 듣고 온 엄마가 이거구나 싶어서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바로 적용하려 한다면 아이는 뜬금없이 ‘엄마가 또 무슨 소릴 듣고 왔구나’ 하고 말 것이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반전문가가 돼서 조급해 하는데 아빠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관심하다면 성공적인 진로지도는커녕 싸움나기 좋아진다. 세상은 이미 보수적인 이미지의 아버지에서 프렌디(friendy:friend+daddy)로 불리는 친구 같은 존재로서 아빠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대입과 같이 스트레스가 따르는 일에 아빠의 참여는 필수조건이 돼 가고 있다. 

심리학자 블란차드와 빌러에 따르면 아빠와 접촉이 많은 아이가 학업성취도도 높게 나온다고 한다. 아이의 심리적 정서적인 면에서도 아빠와 교감이 많을수록 우울증도 적고 사회성이 좋단다. 

아무래도 사회경험을 바탕으로 한 아빠들은 공동체 중심적이고 소통을 중요하게여기며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데 장점이 있다. 그렇듯 성장기뿐 아니라 진로를 탐색하는 시기에서도 아빠의 역할은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 믿는다.

일과에 쫓겨서 지치고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아빠의 역할을 하나씩 찾아보자. 최소한 엄마의 장단 정도는 맞추어 줄 필요가 있다. 아내가 진로에 대해 배우고 왔다면 그게 뭔지 물어보고 내가 무엇을 하면 될지에 대해 서로 의논해 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여기에서 제발 싸우지 말고 마치 빅데이터를 분석하듯 객관적 자료와 마주 하는 자세가 좋다. 그렇게 진로지도에 대한 지식의 필요성이 생기면 전문교육에 참여해보자. 

특히 아빠 자신과 자녀의 성격유형을 알아차릴 수 있는 교육을 권하고 싶다. 내 자식이라도 나와 같지 않다. 직관적인 아빠가 감각적인 아이를 몰아세우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빠는 답을 정해놓고 질문하고 그것을 아는 아이는 벽 뒤편에서 답한다면 서로에게 무의미해진다. 성향을 알고 이해하며 그것을 인정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아빠들은 평소에 다양한 실수를 무심코 한다. 했던 말 또 하기, 경험을 주입하기, 모든 대화를 교훈으로 끝내기가 바로 그것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대화의 방법이란 게 지배적이다. 생긴 게 판박이고 성격이 똑같다 해도 살아가는 환경이 완전 딴판인데도 30년 전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만약 그 이야기가 할아버지에게 들은 그대로라면 손자입장에서는 최소 60년 된 방식을 강요받는 것이 되고 만다. 

티칭 보다 코칭의 효과성이 더 크다고들 하는데 아빠들은 티칭에 강한 면을 보인다. 티칭이 가르치고 이끌어 주는 것이라면 코칭은 스스로 할 수 있게 북돋아 주는 것이다. 5%정도의 아이들만이 티칭에 효과가 있고 나머지 95%는 코칭이 필요한데도 현실은 반대다. 아빠의 사회적 경험과 용기가 아이를 믿고 밀어주는 든든한 코칭으로 나타났으면 좋겠다. 

하나 더 하자면 매칭을 말하고 싶다. 매칭은 연결이다. 아이의 학업과 활동이 꿈을 향해 가는데 서로 연결 되게 돕자. 목표로 하는 학교, 막연히 정해 놓은 미래 직업이 있는 현장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아빠가 할 수 있다. 직접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도와주는 기관도 있으니 바짓바람 휘날리며 찾아보자.

하다하다 안되고 찾다찾다 못 찾아도 아이들은 아빠의 노력을 다 안다. 그리고 고맙게 여길 것이다. 따듯한 봄바람처럼 아빠의 멋진 바짓바람을 현장에서 많이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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