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냇저고리. 국립민속박물관 사진 제공

 

갓난아기는 따뜻한 물을 부드러운 헝겊에 적셔서 간단히 씻긴 후, 마치 자궁 속에 있는 태아처럼, 쌀깃(襁褓)으로 둘둘 싸 놓는다. 그래야 갓난아기가 불안해하지 않는다. 

초이레가 지나면 배냇저고리를 입힌다. 아기에게 처음 입히는 옷이다. 민속에서 ‘처음’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배냇저고리도 마찬가지이다. 곧 새 생명의 첫 시간에, 새 몸에, 처음으로 입힌 옷이다. 새 생명의 기운이 가득 배어있는 옷이다. 그래서 배냇저고리는 그 자체가 생명의 기쁨과 행복으로 여겨진다.

배냇저고리를 지참하고 각종 시험을 치르면 반드시 합격을 하고, 각종 송사(訟事)에 임하면 반드시 승소(勝訴)한다는 속신은 그러한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배냇저고리는 대개 아기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낡은 옷으로 만든다. 

물론 되도록 부드러운 목면을 고른다. 새 옷감으로 지으면, 아이가 나중에 커서 옷 시샘이 많아진다고 한다. 천이 귀했던 시절의 형편을 그런 속신으로 달랬다. 또한 형이 입던 배냇저고리를 아우에게 입히기도 한다. 그러나 누이가 입던 것을 남자 동생에게는 입히지 않는다. 남아 선호사상의 한 반영이다.

울산 울주지역에 선 배냇저고리를 해산(解産)전에 미리 장만해 두었다. 보통 두 벌을 만들어 생후 사흘날부터 백일 때 까지 갈아 입혔다. 옷감으로는 융, 옥양목, 담 등을 사용했다. 배냇저고리를 만들 때에는 옷고름 대신 실을 매달아 아이의 무병장수(無病長壽)를 기원했다. 가정에 따라 무사히 군 생활을 마치고 귀향(歸鄕)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복무기간동안 배냇저고리 일부분을 몸에 지니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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