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모습 아이에게 투영
유아기 가정교육 일생 좌우
최초 선생 이자 인생나침반

자녀가 아프고 힘들어할 때 
함께 기뻐 하고 울어준다면
작은 행운 받는 기쁨누릴 것

 

서복례
청소년 상담전문 봉사가 회장

아이가 첫 울음을 터트리며 세상에 태어났을 때 부모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떤 생각을 했을까.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면 스스로 그 자격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부모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자녀 교육의 중요성이다. 가정교육은 평생에 걸쳐 이뤄진다. 뱃속의 태아 때부터 시작해 여섯 살이 될 때까지 가정교육이 아이의 일생을 좌우한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그것과 서로 짝을 이룬다. 부모와 자녀는 한 가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자녀의 몸에서 부모의 모습이 보이기 마련이다.

태어날 때부터 좋은 부모도 없고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는 부모는 없다. 부모의 역할은 학습을 통해서 키울 수 있다. 아이와 평등하게 교류하며 아이를 존중하고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는 최초의 선생님이 돼야 한다.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을 상담한 적이 있다. 아이는 선배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었다. 선배들은 아이에게 담배를 피우라고 강요했지만, 아이는 끝까지 거부했다. 결국 선배 3명은 아이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폭행까지 이어졌다. 폭언과 폭행은 오랫동안 계속됐다. 이 사실이 학교에 알려졌지만 아이는 보호받지 못했다. 선배들을 강제전학 시켜 달라고 학교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해 학생들에게 내려진 징계는 봉사활동이었다. 

그것이 피해 학생의 마음속에 큰 상처로 남았던 것 같다. 불만과 분노가 가득 찬 아이는 가정에서 다시 갈등을 빚었다. 엄마와의 불통. 엄마와 딸은 하루도 평온하지 않았다. 엄마는 딸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고, 아이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어느 날 딸이 하루 종일 연락되지 않았다. 걱정하는 마음으로 딸의 방을 왔다갔다 하던 엄마는 낙서장을 발견했다. 온통 엄마에 대한 분노가 담긴 낙서장이었다. 엄마도 감정조절이 힘들어진 상황이었다. 그날 엄마와 아이의 갈등은 폭발해버렸다.

상담을 시작하고 3번째 만남에서 엄마와 딸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주 오랜만에 엄마가 딸의 말을 들어주는 시간. 딸은 여전히 선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고, 연락이 안된 이유도 휴대폰을 선배들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라는 것. 엄마는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아무말 없이 눈물만 주룩주룩 흘리던 엄마가 “왜 미리 말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딸은 대답했다. “언제 한번 엄마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어?” 엄마는 미안하다, 사랑하다 말을 연신하며 딸을 껴안았다. 모녀는 손을 잡고 상담실을 나섰다.

그날 나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가 환한 길을 맞이하는 것만 같았다. 그 모녀가 나서는 상담실 문 밖이 그렇게 밝아보였다. 정승같이 키우면 정승이 되고 머슴처럼 키우면 머슴이 된다고 한다. 아이는 비스듬히 자랄 수도, 조금 느리게 자랄 수도 있다. 현재 아이의 행동에 초점을 두기보다 그 이유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는 타인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배려로 성장할 수 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인식하고 공감해야 한다. 상대의 감정을 그대로 내 마음에 가져올 때 가능한 것이다. 어떤 때 묻는 생각들을 깨끗하게 지운 채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지지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소통과 공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사랑(love)’과 ‘호감(like)’은 전혀 다르다고 한다. 사랑은 나를 통해 상대방이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호감은 상대방을 통해 내가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이란다. 때로 부모는 사랑보다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곤 한다. 자녀의 행복을 위한다고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대리만족, 다시 말하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조바심을 내는 경우가 있다.

부모는 뿌리다. 아이는 그 뿌리에서 자란 잎이다. 슬퍼할 때 함께 울어주고, 기뻐할 때 함께 기뻐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공감능력자’. 그것이 부모에게 필요한 자격이다. 오늘은 아이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는 게 어떨까. 긍정적인 작은 변화를 느끼게 되는 행운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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