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최초로 건조한 호위함인 ‘울산함’의 내부 모습이 어제 언론에 공개됐다. 지난 1980년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건조된 ‘울산함’은 다음해 진해항에서 취역한 후 34년간 우리 영해 곳곳을 누비다 지난 2014년 12월 퇴역했다. 고철로 처리될 수도 있었던 울산함은 ‘안보의 중요성을 배우는 관광시설로 활용하겠다’는 남구청의 요청으로 고향으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옆 해안부지에 자리 잡은 울산함은 전장 102m의 웅장함을 자랑한다. 공개된 시설과 객실도 관람객이 보고, 체험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동선을 짰다고 한다. 승조원 침실, 레이더 등으로 전술정보를 분석하는 전투정보실, 소리로 적이나 자연물을 탐지하는 음탐실, 함장이 작전을 지휘하는 함교도 둘러볼 수 있다. 외부 갑판으로 나오면 실물을 그대로 재현한 대공레이더와 76㎜와 30㎜ 함포, 폭뢰 등의 무기도 볼 수 있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관심 있게 봐야할 것은 ‘울산함’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다. 울산함에는 우리 해군의 역사·구축함 건조의 의미·과정 소개, 설계자와 근무 해군 인터뷰 영상, 역대 함장 등을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형 함정 건조 경험이 전혀 없었다. 북한의 위협과 급변하는 동북아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함을 취역하기로 한 해군은 설계를 외국에서 사들여 구축함을 건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국내 조선업계는 구축함을 설계할 만큼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현대조선이 정부와 해군 당국에 구축함 설계 및 건조에 참여할 뜻을 밝히면서 건조 계획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현대조선은 당시 직접 해결하기 어려웠던 설계기술과 기술인력을 지원받기 위해 JJMA사의 상호기술협력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고 정주영 회장이 이끄는 현대조선의 불굴의 도전정신이 첫 구축함 건조에 한 몫을 한 것이다. 결국 1977년 해군 기술진 주도 아래 현대중공업과 국내 조선 기술진이 기본설계에 들어가 3년여 만에 첫 국산 전투함을 내 놓았다. 

울산함은 취역직후인 지난 1983년 4월 9일 제주 동방 해상에서 침몰한 제1마산호 선장 등 7명을 구조했으며, 그해 12월 3일 다대포 해안에서 간첩선을 격침하는 등 소임을 다했다. 울산함을 구축한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 해군은 국산 전투함을 잇따라 건조하면서 세계 굴지의 해군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금은 비록 주춤하고 있지만, 우리 조선산업도 세계 선두권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울산함’을 통해 많은 관광객들이 호국 안보의 중요성을 깨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울산의 조선산업을 되돌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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