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식
울산광역시선관위 홍보과장

아침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들을 검색하던 중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가 있었다. 대통령 후보자들과 그 주변 사람들의 신상에 관한 기사였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었다. 기사가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버스안의 무료한 시간을 만족시켜줄 일시적 충족거리이면 족하다. 그리고 출근해서 동료들과, 또는 저녁 계모임이나 퇴근해서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단란한 식사자리에서의 가십거리면 되는 것이다.

어느새 우리는 거짓과 사실이 혼재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사실에 사회적 맥락이 더해진 진실도 SNS를 통해 우리의 손과 눈 속에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거짓에 압도 당한지 오래다. 

2016년 옥스포드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선정했다. ‘객관적인 사실보다 감정 등에 호소하는 것이 대중 여론을 형성하는 데 더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 또는 조짐’이란 뜻이다. 1992년 미국 희곡 작가인 스티브 테쉬흐가 주간지 「더 네이션(The Nation)」에 이란-콘트라 스캔들에 대해 기고하면서 사용한 것이 시초로 보인다. 정치·사회적인 맥락에서 진실과 사실이 이전처럼 중요하지 않게 돼버린 상황을 나타낼 때 주로 쓰인다.

Post-truth(탈진실)은 미국 대선에서 막말과 여성비하, 인종차별주의 등에도 불구하고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나 영국민의 비합리적 결정으로 평가되는 브렉시트 등을 넘어서 전세계에 가짜뉴스’(FakeNews)로 진화되어 나타났다. 가짜뉴스는 ‘서동과 선화공주 설화’처럼 입소문을 통해 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미디어 플랫폼에 ‘진실의 가면’을 두르고 나타난다. 우리가 접했던 전통적인 매체인 신문·방송에서 포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옮겨가며 폭발적으로 확대 생산돼 스마트기기를 쥔 내 손안을 짜릿하게 터치하는 것이다.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 힐러리가 IS에 무기를 팔았다, 힐러리의 IS 관련 이메일 유출 등’ 가짜뉴스가 지난 미 대선 기간 중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소식이라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실제 뉴스통신사 버즈피드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미국 대선기간 중 가짜뉴스가 공유된 수는 870만건이었다. 이는 주요언론사 뉴스의 페이스북 공유수인 730만건을 앞선 수치다. 누군가는 진실한 정보를 접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가짜뉴스(FakeNews)는 2017년 봄에 벚꽃처럼 화사하게 대한민국에도 어김없이 피어났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까뮈는 “진실은 빛과 같이 눈을 어둡게 한다. 하지만 거짓은 아름다운 노을과 같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한다” 고 말했다. 갈망하는 것이 클수록 진실은 사실이 아닌 ‘원하는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제19대 대통령선거의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각 정당과 후보자와 그 가족, 그리고 선거사무관계자, 자신이 원하는 후보자가 당선되기를 원하는 자원봉사자와 일반 유권자까지도 당선의 고지를 향하여 열정적으로 뛰어가고 있다. 법과 원칙을 지키며 페어플레이하는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그러나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의 당선을 너무 갈망하다보면 진실은 뒤로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가장 빠르고 파급력이 있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슬쩍 상대방에 대한 가짜소식을 흘려 보내고 싶다. 여름 장마철에 오폐수를 빗물에 쏟아버리는 불량 장사치들처럼.

그래서 우리 선거관리위원회는 비방·흑색선전 전담팀을 운영, 가짜뉴스에 대비하고 있다. 물론 선거 직전 ‘치고 빠지기’ 등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모르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전국적으로 250명이 포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공자(孔子)께서는 일찍이 ‘밝은 정치란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 답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며,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말로 각자의 본분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자는 후보자답게, 선거운동관계자는 선거운동관계자답게, 유권자는 유권자답게, 선관위는 선관위답게 각자 도리를 다한다면 공명선거, 정책선거와 함께 아름다운 선거가 이루어 지리니. 

그리하여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현 상황을 슬기롭게 타개해 안전한 나라, 정직한 나라,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가 선출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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