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국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최근 유력한 대통령후보가 사립유치원 교육자 대회에서 대형 단설유치원 설립을 억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저출산 상황에서 막대한 재정투자가 필요한 대형 단설유치원 설립보다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의 증설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후보 진영 해명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언론과 SNS 상에서 마치 국공립유치원은 선이고 사립유치원은 악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20여 년 간 사립유치원을 운영해온 필자로선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논란의 중심은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공립유치원은 공짜고 사립유치원은 비싸다는 것이다. 실제 공립유치원의 교육비는 거의 공짜이고 사립유치원의 경우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울산의 경우 매월 평균 20만원 내외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한다. 일부에서는 60만원까지 언급되고 있지만 서울의 일부 사립유치원에 해당되는 경우라 생각된다. 오히려 농어촌 지역의 사립유치원은 원아모집 때문에 지원금 외 추가로 교육비를 받지 못해 폐원을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공립유치원은 왜 공짜일까?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어느 정도일까? 최근 나오는 자료에 의하면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유아 1인당 지원금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공립유치원 1인당 원아교육에 투입된다고 한다. 공립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는 당장 혜택을 보지만 그 외 국민에게는 결국 세금부담으로 돌아간다. 공립유치원의 수가 많아지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일본은 오래 전에 재정적인 부담이 과도하고 공립유치원 확대정책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학부모에게 지원되는 금액을 올리고 유치원 선택권을 학부모에게 돌리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학부모들의 공립유치원 신증설 요구도 언급되고 있다. 언론보도만 보면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공립유치원만을 원하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전국의 유치원 취원율을 보면 공립유치원 대 사립유치원 유아 수의 비율은 2.5 대 7.5 수준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75%는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언론보도처럼 현재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유아의 학부모들은 모두 공립유치원에 보내고 싶은데 공립유치원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사립유치원에 보낸다고 할 수 있을까. 주위를 보면 공립유치원 이상의 입학경쟁률을 보이는 사립유치원도 많이 있다. 결국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부담에도 사립유치원을 선택하는 학부모도 많다는 것이다. 왜? 교육내용을 비롯한 다양한 면에서 공립유치원보다 우수한 사립유치원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립초등학교의 예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유치원이 부족한지의 문제도 유아 수 대비 유치원 수가 오래 전 포화상태를 넘었다는 것이다. 실제 매년 원아 수의 부족으로 폐원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면 공립유치원 선호도가 심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의 생각에는 누리과정이 주요한 원인이라 생각한다. 2012년 시행된 통합교육과정 누리과정은 학부모에게 교육비 지원을 조건으로 공·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도입했다. 모든 유아교육기관에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도입해 교육의 질을 평준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누리과정을 도입하기 전 사립유치원들은 각 유치원 특색을 반영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당시 병설유치원이 많았지만 학부모들의 사립유치원 선호도는 절대적이었다. 지금보다 더 많은 교육비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누리과정 시행 이후 상황이 역전됐다. 동일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굳이 교육비가 비싼 사립유치원에 보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미래인재 요건에 창의성은 제일 먼저 거론된다. 그런데 정작 유아교육은 지원을 내세워 현장의 자율성을 제거하고 획일화된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학부모에게 교육비 지원은 하되 개별 유치원 교육과정 자율성은 보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아교육프로그램이 일본에서 많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한다. 

사립유치원의 감사와 회계처리의 부적절도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다. 정부정책 시행을 위한 의도적인 부분도 있지만 사립유치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 분명하다. 해방 이후 넉넉하지 못한 국가재정으로 정부는 유아교육의 대부분을 개인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에 의존했다. 개인의 전 재산을 투자해 유치원을 운영하던 당시는 설립자 개인재산과 유치원 회계가 엄격히 구분되기 힘든 회계구조였다. 이후 산업화 시대를 거쳐 국가의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OECD가입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함에 따라 사회 각 부분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점차 높아졌음에도 사립유치원 운영은 시대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시대가 변하면 그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과 책무성, 투명성을 갖추기 위해 사립유치원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유아교육의 중요성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핵심은 어떻게 하면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질 높은 유아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가이다. 이를 위해 유아교육 당사자들의 생산적인 논의가 더욱 노력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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