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30-20:00까지 곳곳 누벼
"대통령하겠다는 분들이 박지원 하나 못 당하다니 ㅉㅉ" 

 

19대 대통령 선거운동일 첫날인 17일 오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앞에서 박지원대표와 유세를 펼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노컷뉴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후보가 아니면서도 19대 대선 정국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에서 '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황된다'는 '안찍박' 논리를 펴며 안철수 후보에 가 있는 보수표를 찾아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다보니 박 대표도 후보가 자신을 포함해 6명이라고 말할 정도다.그의 전라북도 유세 현장을 대학생 인턴 기자가 따라가 봤다.

21일 오전 11시 30분. 전북 익산 시내의 한 사거리에서 박지원 대표를 처음 만났다. 그는 이미 전주와 완주의 유세 일정을 마치고 온 뒤였다. 아침부터 지지를 호소했던 탓인지 목소리는 심하게 쉬어 있었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지는 시간이었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박 대표가 유세차량에 올랐을 때도 선거운동원들만 환호를 보냈다.

◇ "안철수가 돼야 전북의 아들·딸들이 인사차별 안받아"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 되면 전북의 아들·딸들이 인사차별을 안 받는다"며 "정부 예산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안 후보가 전북을 떠나는 곳에서 젊음과 사람이 사는 곳으로 바꿀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문모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박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공격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문 후보 캠프 실무선에서 만들었지만 공식 문건으로 채택안됐다는 이른바 '갑철수 문건'을 꺼내들며 "가짜뉴스 공장의 사장은 문 후보"라고 비난했다.

주적(主敵) 논란에 대해서도 "국방백서는 북한 지도자와 군인을 적이라고 표현한다"며 "(주적과) 똑같은 말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 때 제1연평해전에서 승리를 거뒀던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이 침략하면 쳐부숴서 침몰시키는 것이 햇볕정책"이라고 말했다.

유세차에서 내려온 그는 기자와 만나 "햇볕정책은 튼튼한 한미동맹 속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북한 도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햇볕정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위기 있으면 국군통수권자로서 북한을 주적이라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세가 끝나자 거리를 돌아다니며 유권자들에게 악수를 하며 안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중장년층은 박 대표를 반갑게 맞이했다. 박 대표에게 같이 '셀카'를 찍자고 하거나 음료수를 건네줬다. 반면 젊은 사람들은 그에게 마냥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한 여성은 박 대표의 악수 요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10여분 뒤 다음 유세 장소로 향했다.

◇ 노무현 정권이 해준 게 뭐냐? 노무현·친문 패권주의 반대

박 대표를 다시 만난 곳은 정읍의 명동의류 앞이었다. 익산과 달리 20여 명의 시민들이 박 대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초 오후 2시 30분에 나타나기로 한 박 대표는 앞선 일정에서 시간이 지체돼 40분 넘게 지각했다. 그러나 불만스런 표정의 시민은 보이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이곳에서 '상왕(上王)론'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박 대표는 "후보 TV토론을 5명이 아닌 6명이 한다고 하더라. 왜 나를 못 잡어 먹어 야단인지 모르겠다"고 운을 뗀뒤 "내가 너무 똑똑해 그렇다"고 농담 섞어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정권 때부터 소통령, 중통령, 부통령, 대(代)통령 소리를 들었다"며 "문재인을 당선시키려는 가짜뉴스"라고 상왕론을 일축했다.

박 대표는 '호남홀대론'으로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우리 중 80~90%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며 "노무현 정권이 해준 것이 무엇이냐"고 비난했다. "노무현·친문·박근혜 정권 같은 패권정치를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앞서 박 대표는 기자에게 "정치인은 표를 호소하기 때문에 그런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말이 나온다"면서도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4시간 만에 약속을 깨뜨렸다.

박 대표는 익산에서와 달리 유세 이후 시민과의 별다른 악수 시간을 갖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표가 정읍시에서 원래 두 곳을 더 가기로 돼 있었다"며 "일정이 촉박한데다 시간도 지연돼 모두 취소됐다"고 밝혔다.

◇ 기자도 놀란 강철 체력…76세 불구 12시간 넘게 전북 16곳 강행군

이날 오전 7시 30분에 시작된 박 대표의 전북 유세는 완주, 익산, 군산, 정읍, 고창, 부안, 김제를 거쳐 다시 전주의 국민의당 전북도당 앞 사거리 유세까지 16군데를 돌아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1942년생이니까 그의 한국 나이는 76세다. 기자도 놀랄만한 강철체력이다.

하지만 그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날짜가 바뀐 22일 새벽 광주에서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어제 7시 30분부터 유세를 시작 저녁 8시까지 전북 16곳을 누볐습니다. 광주에 밤 11시경 도착,오늘도 광주 16곳 유세일정입니다."

박 대표는 "문재인 홍준표 유승민 후보들 저를 공격하지만 대통령하겠다는 훌륭한 분들이 자기 소속당과 함께 박지원 하나 못 당하다니 ㅉㅉ 제고향이 진도입니다.진도개는 한번 물면 안 놓습니다.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립니다.주유소 습격사건 영화를 생각하는 밤입니다. 문나잇 에브리바디!"라고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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